이번 주는 새 천년의 첫해가 시작되는 주간이다. 인류사적으로는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정치는 묵은 천년의 정치와 별반 다르지 않게 시작되고 있다. 해결하지 못하고 털어버리지 못한 정치 쟁점들이 고스란히 이월된 탓이다. 김대중대통령 임기후반의 정국주도권과 차기 대선의 향방이 걸린 4·13총선이 코앞으로 다가 온 것도 정국의 풍향을 대화와 타협, 화합보다는 대결쪽으로 잡히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몇가지 긍정적인 움직임은 있다. 우선 과거를 털고 희망과 화합을 논의하자는 여야 총재회담의 추진이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연말에 조건없는 총재회담을 제의했고 청와대와 국민회의측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연초 총재회담 개최는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정형근의원 처리문제 등 아직 걸림돌들이 남아 있어 회담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다. 총재회담의 의제와 시기 등에 대한 사전조율은 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과 이회창총재의 측근 중진의원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주말께 열릴 수도 있지만 내주초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끌어온 선거법협상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임시국회 회기내(7일)에 여야 합의로 선거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잘 될지 의문이다. 복합선거구제 추진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여왔던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연말에 지도부간 비공식 접촉을 통해 ‘소선거구제+ 1인2표식 권역별 정당명부제’를 채택키로 의견을 접근시킨 것은 협상 진전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국민회의 이만섭총재대행의 자민련 비판발언으로 다시 시계가 흐려졌다. 이대행이 31일 KBS라디오와의 송년 인터뷰에서 “자민련과 호흡이 맞지 않아 도대체 일을 할 수 없다. 연합공천도 사실상 어렵다”면서 자민련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 화근.

자민련은 이대행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대행과는 같이 일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으며 김종필총리도 “분명히 대응하라”고 당에 주문했다. 정가에서는 국민회의 김영배부총재가 지난해 특검제도입과 관련해 김총리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가 대행자리에서 물러난 전례를 떠올리는 인사들도 있다.


선거구제 문제 불투명, JP당 복귀 이후 가닥 잡힐 듯

2여가 선거구제 문제에 대해 가까스로 합의한다 해도 한나라당이 1인2표제를 수용할 것인지가 불투명해 또 한번의 고비가 예상된다. 결국 김종필총리가 자민련으로 복귀하는 10일 이후에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많다.

또 일부에서는 자민련이 1인2표제의 정당명부제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선거구제의 유지를 점치는 견해도 나온다. 자민련은 국민회의와의 선거법협상을 수도권에서의 연합공천지분확보와 연계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김종필총리의 자민련 복귀는 여러가지 정치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민련의 체제변화가 예상된다. 박태준총재가 후임 총리로 이동해갈 것이 확실하며 자민련총재자리는 한나라당에서 이적해 온 이한동의원이 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종필총리는 계속 명예총재직에 머물러 있으면서 보수성향인사들을 영입해 자민련의 세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총리가 당으로 돌아온 뒤 DJP관계가 어떻게 재조정될지도 정가의 관심사다. 두 사람은 총선은 물론 그이후에도 굳건한 공조유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역학구도의 변화는 두 사람의 공조관계에도 변화를 강제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TJ(박태준총재)가 총리직에 있으면서 두 사람의 연결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부드럽게 공동정부의 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총선에서 2여의 연합공천은 두사람의 공조에 있어 최대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총리의 당 복귀에 맞춰 부분 개각도 예정돼 있다. 김대중대통령은 후임총리임명 절차가 끝난 뒤 12일께 개각을 단행할 방침이다. 개각 대상은 16대 총선 출마 희망자들로 김기재 행정자치· 박지원 문화관광· 남궁석 정보통신· 이상룡 노동 ·정상천 해양수산·진념 기획예산처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계성·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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