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오파트라 2000년만의 출현/효형출판 펴냄/로라 포맨 지음

‘클레오파트라 유물인양/1,600년전 잠깬 수중왕궁’

1998년 10월30일 한국일보 국제면을 통해 클레오파트라의 궁전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을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금방 매혹될 책이 출간됐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인 클레오파트라. 그녀는 유명할뿐 아니라 가장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클레오파트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클레오파트라’는 그녀의 참모습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클레오파트라는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일까. 클레오파트라는 고대의 기록이 아닌 후대의 문헌과 예술을 통해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특히 셰익스피어 같은 위대한 작가는 클레오파트라에게 불후의 명성을 안겨주었고, 르네상스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이 저마다 최상의 미사여구로 그녀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묘사들은 클레오파트라를 자신의 비정한 야망과 별날 취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뭇 남성들을 유혹하는 방탕한 요부로 그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묘사는 상당히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클레오파트라, 2000년만의 출현’은 신비속에 잠겨있던 클레오파트라를 현실속으로 끌어낸 대발견의 순간을 다룬 책이다.

1998년 10월 프랑스의 수중탐험가인 프랑크 고디오가 클레오파트라의 영화(榮華)를 고스란히 간직한채 물에 잠겼던 클레오파트라의 궁전터와 각종 유물들을 1,600여년만에 물에서 끌어올린 대발견의 순간을 적은 책이다.

‘클레오파트라, 2000년만의 출현’의 저자인 로라 포맨은 단순히 클레오파트라 궁전의 발굴 순간만을 소개하고 있지 않다. 그는 대탐험의 결과 새로 알려진 사실을 토대로 클레오파트라의 실제 모습을 재현해 내고 있다. 궁전터나 항구 형태, 각종 유물 등 새로 발견된 자료들을 이제까지 알려진 자료 및 유물과 결합시켜 클레오파트라의 생애를 재현해냈다.

이 책은 또 다양한 그림과 유물사진, 맛깔스런 글을 통해 클레오파트라의 생애뿐 아니라 그녀를 둘러싸고 숨가쁘게 전개된 2,000년전 이집트 사회의 단면들과 건축, 종교 등 문화의 궤적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전 지식위에서 제6장 ‘발견-물위로 떠오를 클레오파트라 왕궁’은 탐사대장인 프랑크 고디오가 알렉산드리아를 탐사하게 된 계기와 탐사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있는데, 첨단과학을 동원한 수중탐사와 이를 고고학적으로 고증해내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전면 컬러인 이 책은 내용도 한편의 소설처럼 재미있지만 충실한 그림과 사진을 통해 독자들에게 또 한권의 책을 선사한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