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 그에 걸맞는 따뜻한 성품으로 주위를 감싸는 여성이 있다. 같은 여자의 눈으로 보아도 흠잡을 데 없는 여성상.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류 선전에 나와도 손색 없는 훤출한 외모,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의감, 일에 대한 탁월한 능력과 열성, 약자를 감싸는 넓은 마음 등은 같은 남자의 눈에도 존경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스티븐 프리어즈의 <하이 로 컨트리 The Hi-Lo Country>(18세 이용가 등급, 폭스 출시)는 위와 같은 미덕 등을 겸비한 남성을 회고한다. 남자가 보아도 멋진 그런 남자인데, 위에 열거한 미덕 중 특히 불의에 굴하지 않고, 약자의 편을 드는 터프한 서부 사나이에 대한 추억을 그리고 있다.

광활한 서부, 그리고 소 떼를 모는 카우보이는 남성의 힘과 미를 상징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서부는 사라졌고, 그 서부를 지키던 사나이는 영화에서 밖에 만날 수 없다. 그런 아쉬움을 감독은 담담하고 시원하게 그린다.

막스 에반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하이 로 컨트리>는 시대적 배경상 마지막 서부를 묘사한다. 2차 대전을 전후한 시기라 소를 사고 팔거나 소 떼를 모는 일에 트럭과 같은 교통수단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형제, 부자가 힘을 합쳐 꾸려가던 목장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며, 3,000에이커 이상의 기업 형태 목장이어야 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영화 첫 부분의 나레이션도 그런 변화를 이야기 한다. “지금보다 단순했던 시대, 인간과 짐승이 교감했던 시절의 이야기다”라고.

멕시코 국경 근처의 하이 로 컨트리에서 선대로부터의 작은 목장을 지키고 있는 피트 카터(빌리 크루덥)는 말 다루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터프한 사나이 빅보이 매슨(우디 해럴슨)과 친구가 된다. 전쟁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은행을 이용해 작은 목장들을 집어삼키는 악덕 목장주 짐 에드러브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영 후버라는 정직한 목장주와 손 잡고 자신들의 목장을 지킨다.

피트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스페인계 처녀 데세파(페넬로페 크루즈)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들이면서도, 짐의 심복인 레스와 결혼한 모나(패트리샤 아퀘트)에 대한 갈망을 끄지 못한다.

그런데 모나는 단조로운 시골 생활과 남편에 대한 불만을 빅보이와의 불륜으로 대신하고 있었고, 이 사실을 알게된 피트는 빅보이와의 우정과 모나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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