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시작과 함께 전자상거래분야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몇몇 유명기업 계열사와 벤처사들이 주름잡던 전자상거래에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앞다퉈 발을 들여놓겠다고 선언, 시장점유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들은 지난해말 계열 종합상사들부터 잇따라 무역분야 전자상거래를 강화하겠다고 포문을 연뒤 올초에는 그룹차원에서 인터넷 사업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삼성그룹은 이미 인터넷 쇼핑몰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고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SDS를 양축으로 포털서비스와 인터넷쇼핑몰, 사이버무역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선정해 집중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도 데이콤에 인터넷사업본부를 신설해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쇼핑몰, 무역·홈쇼핑사업들과 연계한 사업들과 연계한 사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고, 한화도 3년동안 3,000억원이상을 투자해 인터넷사업의 매출을 총매출의 30%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전잣강거래가 기업의 '생존조건'

국제 무역거래가 전자상거래쪽으로 변하면서 종합상사들도 변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1998년 12월 국내 최초로 인터넷 무역시스템을 도입한뒤 선박수리, 철강, 화학상품 등 650여건 200만달러 어치의 실적을 올렸으며 코오롱상사, SK상사 등도 오퍼상과 계약 대금결제 등 무역의 전과정을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거래가 전자상거래쪽으로 바뀜에 따라 기존 중계사업을 인터넷으로 전환시키고 벤처투자나 인터넷쇼핑몰 등 사업영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전통적인 무역중계업무는 전자상거래가 도입되면서 점점 축소되고 기업간 인터넷거래 등 다른 분야를 개척하지 않을 경우 생존이 어려울 정도”라며 “아직 기반시설이 정비되지 않았지만 변화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상거래는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금융권으로도 확산돼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이 제휴해 증권거래, 금융거래, 각종 상담 등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기업들 사이에서 돈을 벌어주는‘복음’이 아니라 새천년들어 생존경쟁이 된 것이다.

특히 유통분야는 시장선점을 위해 기존 중소업체들과 신규업체들이 혼전을 벌이고 있어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올해 인터넷쇼핑몰 시장규모 6,000억원 예상

인터넷 쇼핑몰 시장규모는 1999년 2,000억원선에서 올해 3배가 증가한 6,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 쇼핑센터인 삼성물산의‘삼성몰’은 1998년 개설 첫해 매출실적인 57억원에 불과했으나 1999년 700억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에는 2,000억원을 자신하고 있다. 그룹차원에서 집중산업분야로 선정된 ‘삼성몰’은 여성을 상대로 한 결혼 출산, 육아뿐만 아니라 서적, 음반, 여행 등 전문몰을 선보이는 등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함께 인터넷 홈쇼핑분야를 양분하고 있는 한솔CSN은 현재 7만5,000여개에 이른 취급품목을 하반기까지 20만점으로 확대해 450만명의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홈쇼핑과 39쇼핑 등 TV홈쇼핑업체들도 인터넷상거래업체로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LG홈쇼핑측은 인터넷 전문가들로 구성된 E-커머스팀을 30명으로 확충하고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데이콤과 제휴해 전문 인터넷쇼핑업체로 변신할 계획이어서 선발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견기업들의 참여도 만만치 않다. 코오롱, 한솔, 제일제당 등도 주력계열사들을 주축으로 고객거래는 모두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도록 전환하겠다는 방침하에 총력전을 펴고있다.

대기업들과 중견기업들은 물론 외국의 AOL, 라이코스 등도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면서 기존 영세사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퇴출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가 전자상거래의 형성단계였다면 이제는 생존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기존의 점포사업은 지역적 한계로 인해 후발업체의 성공여지가 남아 있는데 비해 지역·국경구분이 없는 무점포 사업은 선두주자가 막대한 수확체증효과를 독차지 할 수 있는 이른바 ‘위너 테익스 올’(winner takes all)산업이기 때문이다.



제휴.합병으로 덩치키우기, 영세업체는 도태

LG경제연구소 박명수연구위원은 “기존 시장과 마찬가지로 대기업들이 전자상거래에 뛰어들면서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이벤트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업체간 제휴와 합병 등으로 덩치키우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뒤떨어지는 영세업체는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가 대 소비자거래 중심에서 조만간 기업간 거래(B to B)쪽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사와 보잉사를 비롯해 자동업체들까지 부품구입 등을 전자상거래를 통해 하면서 중소기업들까지 속속 뒤따르고 있어 기업간 전자상거래가 일반화하는 추세다.

기업들이 기업내 혹은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통해 경영효율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싼 값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거꾸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기업간 전자상거래규모가 전체 전자상거래의 절반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자상거래연구조합 송태의 사무국장은 “전자상거래의 핵심은 소비자거래가 아니라 기업내 및 기업간 거래를 전자화하고 경영환경을 인터넷에 맞게 바꿈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국장은 또 “이같은 측면에서 최근 정부가 전자정부추진 등에 관한 종합실천계획을 수립하면서 조달분야를 빼 아쉽다”고 덧붙였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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