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듣게 된 말이다. 즉 한국적 사고체계나 생활방식을 버리고 국제화, 좀더 심하게 표현하면 미국식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기업들에게 있어서 ‘글로벌 스탠다드’는 그동안 지켜왔던 평생직장 개념을 포기하고, 종업원들을 과감하게 해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평생직장 개념을 포기하는 것이 정말로 ‘글로벌 스탠다드’일까. 최근 제너럴 모터스(GM)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대형 자동차 회사들의 움직임은 ‘평생직장’이라는 경영관행이 그렇게 쉽게 팽개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GM과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종신고용 방침을 천명,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두 회사는 미국의 자동차산업 노조인 UAW(United Auto Workers)와 “근속 10년 이상의 종업원들에 대해 종신고용을 보장하는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GM과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이어 포드자동차도 유사한 조항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의 필요에 따라 ‘일시적 해고(Lay-off)’등 고용조정이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초일류급 기업들이 ‘종신고용’을 선언한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종신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조직의 안정성확보와 원만한 노사관계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9년 최대 호황을 맞은 미국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종업원의 만족을 높이는 것이다. 사상최대의 호황으로 1998년에 비해 순이익이 31%나 증가한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경우 시장점유율 경쟁이 격화하면서 조직의 안정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요컨대 원만한 노사관계와 종업원 만족도가 기업성공의 핵심 관건으로 부각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거품경제의 붕괴로 곤란을 겪고 있는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카를로스 곤이 주도하는 닛산자동차의 대규모 감원 등으로 일본이 자랑하는 ‘종신고용’관행이 일부 허물어지고 있지만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회사들은 여전히 ‘종신고용’을 옹호하고 있다.

실제로 오쿠다 히로시(奧田碩)회장은 1999년 10월 열린 세계경영자 회의에서 “일본 경쟁력의 원천은 인재육성과 자기실현을 기본으로 하는 장기고용”이라며 종신고용을 옹호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의 일류기업들이 ‘종신고용’으로 방향을 선회했거나 ‘종신고용’의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재계의 한 전문가는 “IMF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지켜온 종신고용 관행을 비효율적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기업들의 사례는 ‘종신고용 대 고용조정’이라는 이분법 구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인사관리는 대규모 인원조정을 허물어진 직원들의 충성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