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과 동대문 등 재래시장에 외국인 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건을 사러오는 외국인이 아니라 점포를 갖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다.

재래시장에 대형 쇼핑몰 바람이 불면서 생겨나고 있는 새 풍속도다. 이는 곧 외국인들과 국내상인간의 직접경쟁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같은 외국인상인 유치는 특히 패션상가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월께 신세계백화점 부근에 들어설 23층 규모의 패션상가인 ‘메사’에는 외국인 상인이 대거 입주할 계획이다. 메사는 1,600여개의 점포 중 5%인 80여개를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상인들에게 분양했다. 외국인 상인유치는 메사를 국제적 패션명소로 육성하는 동시에 남대문시장과 롯데백화점 등 인근 고급유통상권의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명동의 ‘굳앤굳 디자이너월드’패션상가도 외국인상인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점포의 다양성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인천점에 개점하는 패션몰에 일본, 중국 등 외국인 디자이너들의 입주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천국’으로 명명된 이 패션몰은 동대문 의류상가를 본뜬 것이 특징으로 500평 규모에 94개의 소형매장을 갖추고 있다.


서비스경쟁 통한 고객유인 효과

이같은 추세에는 내·외국인 상인간의 상품 질과 서비스 경쟁을 통한 고객유인효과 뿐만 아니라 기존 매장들과 다른 분위기가 고객을 유인하는 이중효과를 거두겠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동대문시장에도 외국인 상인 유치바람이 불고 있다.

동대문시장의 밀리오레는 약관준수와 함께 영업실적만 좋다면 외국인 상인 유치를 적극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밀리오레 3층 매장에는 파키스탄 상인이 지난해 8월부터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중이다. 밀리오레측은 오는 6월말 명동과 8월 부산에 각각 들어서는 쇼핑몰에도 외국인 상인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두산타워에도 지난해 10월 중순 5층 매장에 파키스탄 상인이 입점해 목걸이, 반지등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다.

외국인 상인들의 정착여부는 물론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있지만 여러 여건으로 보아 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재래시장이 외국인들의 쇼핑명소로서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외국인 가게의 고객유인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9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한국을 찾은 외국인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대문시장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쇼핑장소중 외국인관광객이 동대문시장을 찾는 비율은 ▲97년 11.4% ▲98년 13.8% ▲99년 19.8%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이태원은 ▲97년 25.6% ▲98년 24.4% ▲99년 21.1%로 하락추세다.

이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방문객들이 동대문시장을 선호하고 있는 반면 이태원 쇼핑가의 주고객이었던 미주지역 관광객들의 방한이 감소추세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상인 정착 가능성 높아

또 관광공사가 1999년 3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2,230명을 대상으로 한국여행시 불편사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언어소통이 가장 많이 지적된 점도 외국인 상인들의 정착 가능성을 말해주는 한 요인이다.

재래시장들이 외국인 고객들의 언어소통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같은 값이면 소통이 자유로운 외국인 가게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영업중인 외국인 상점을 찾는 외국인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상인들의 증가가 내국인 상인들과의 서비스 경쟁을 유발해 고객들에게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송영웅·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