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를 앞서간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작가정신 펴냄/로사 몬떼로 지음

개인의 삶은 단순히 한 개인의 역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를 반영한다. ‘시대를 앞서간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는 독특한 삶을 살았던 여성들에 대한 책이다. 조르주 상드(George Sand·1804~1876)에서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1890~1975)까지 이 책에 소개된 15명의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생각했고, 앞서 행동했기 때문에 같은 시대 사람들에게는 ‘비정상적인 여자’로 비쳐졌다.

그러나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 싸우거나 때로는 힘없이 주저앉아야 했던 이들의 삶은 그 자체가 시대의 산물이자 시대를 투영하는 거울이다.

근대 페미니즘의 토대를 마련한 영국 출신의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두 번의 자살기도와 사생아를 낳았다는 ‘비정상적인 사생활’때문에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150여년간 역사적·사회적으로 매장당했다. 이에 따라 그녀는 오직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의 어머니로만 기억되었다.

반면 60대의 나이에 22년 연하의 남성과 사랑을 나누는 자유분방한 여자였던 조르주 상드는 스캔들로 인한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삶을 살았다. 그녀가 살았던 시기가 급격한 변화와 단절의 시기인 ‘낭만주의’라는 짧은 역사적 시기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여성들은 시대의 높은 벽 앞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자기 모순에 빠져서 살았다. 스페인 제2공화국의 첫 여성의원인 마리아 레하라가(Maria Lejarraga·1874~1974)는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스페인의 유명한 극작가인 그레고리오 마르띠네스 씨에라의 아내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한 줄의 글도 쓰지 않았다. 그는 원저자이자 아내인 마리아 레하라가를 대신해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다.

이밖에도 재능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였던 알마 말러(Alma Mahler·1879~1964)는 위대한 음악가인 구스타프 말러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버렸고, 문학적 열정이 남달랐던 세노비아 깜쁘루비(Zenobia Camprubi·1887~1956)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아내로서 자신의 개성을 포기해야 했다. 그녀는 특히 우울증 환자였던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죽음 같은 삶을 살았다.

저자인 로사 몬떼로(Rosa Montero)는 이 책에서 역사속에서 상실된 여성들의 삶을 다양하게 탐색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탐구대상인 15명의 여성이 남긴 전기, 자서전, 서간문, 일기 등 모든 형태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뒤 묻혀 있던 그들 삶의 다른 모습들을 유려한 문체로 회복해 놓았다.

“충격을 안겨주는 여자들의 전기나 일기들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역사에서 찾아낸 똑똑했지만 불행했던 이들 15인의 삶은 우리들, 특히 여성들에게는 하나의 인생지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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