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25’가 일어난지 50주년 이다. 우리는 무엇을 올해에 하고 있는가.

노근리 학살 사건을 협의하러 서울에 온 칼데라 미 육군장관은 “노근리외의 사건들도 분류하고 있다. 노근리 사건은 관여한 부대나 상황이 명확하다. 그러나 다른 사건은 기초적인 사실이 불분명해 사실상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다. 다른 사건들을 노근리 사건과 동일한 수준으로 다루는 것은 현재로선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6·25 50주년을 노근리 사건 처리로 끝맺는 것 처럼 보도하는 신문도 있다. 그러나 그건 한국 언론의 시각일 뿐이다.

미국에서의 6·25는 ‘잊어질 수 없는’전쟁으로 이미 펜타곤의 인터넷에 ‘korea 50·army. mil’로 등장해 있다. 1999년에서 2003년까지 한국과 서울에서 벌어질 행사가 마련되어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국전쟁 50주년을 생각하는 이 홈페이지중 특이한 것은 ‘선생님들을 위해’라는 항목이다. 초등·중등·고등 등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위해 한국전쟁의 이모저모, 그에 관한 책들을 소개해 주고있다.

1987년에 3년간 연구끝에 1,136쪽 짜리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을 쓴 크레이 브레어의 주장을 따라서 였을까. 브레어는 ‘잊혀진’전쟁이 기억해야할, 상기해야할 이유를 밝혔었다.

“미국은 건국이래 아홉차례 주요 전쟁을 치뤘다. 그중 4차례가 20세기 속에서 벌어졌다. 이중 1950~53년 치른 한국전쟁은 가장 중요한 전쟁중 하나이면서 미국민들은 가장 적게 기억하고 있다.”

“87년까지 전쟁 기념비마저 세워지지 않았다. 전쟁이후 여러세대가 탄생했지만 한국전쟁은 역사책 속의 한 구절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전쟁에서 연 600만명의 미군이 동원했고 1차세계대전의 3배, 2차세계대전만큼 길게 싸웠다. 미군 3만3,629명이 죽었고 10만3,284명이 부상했다.”

“나는 역사책속의 한구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한국전후의 세대에게 상세히 그 전쟁으 기록해 읽히고 싶다.”

브레어의 주장을 들어서 일까. 한국전쟁을 상기하는 펜타곤 홈페이지, ‘선생님을 위한 항목’에는 재미동포 작가 해미 발가시의 ‘평화를 향해 가는 열차’라는 동화가 전편 실려있다. 51년 1·4후퇴 때의 손녀와 할머니, 피난대열이 있는 사실적인 삽화와 함께다.

이 동화의 작가는 밝히고 있다. “물론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은 가명이다. 그러나 그들은 실제 인물이며 상황도 실제다. 동화속의 손녀는 나의 어머니며, 할머니는 김춘섬이다. 할아버지는 도성호씨로 내 엄마와 할머니를 부산으로 가는 피난열차에 태워준후 사라졌다. 그는 전기기사로 북쪽에 납치된 것으로 보인다.

그후 할아버지 소식은 없다.”‘평화로 향해가는 열차’는 군에 입대한 어머니,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남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손녀와 할머니의 기다림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 기다림은 철교를 ‘칙칙 폭폭’ 소리를 내며 지나는 열차로 상징된다. 열차가 역에 도착할 때마다 기다리는 남편,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는 소원이 있다.

그 소원은 작가 발가시에 의하면 한반도에서는 평화이며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기다림이요, 그 상징은 평화의 열차로 나타나 있다.

이런 이야기속에 깊이 남아있는 것은 미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다. 6·25 발발 40~50년이 되면서 덥고 춥고, 세계에서 전쟁을 치루기 제일 적합치 않은 나라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평화…’라는 동화는 6·25후 태어난 세대에게 한국전쟁을 간접조명시켜주는 좋은 자료가 되는지 모르겠다.

18세때 해병으로 인천상륙작전, 장전호 작전에 참가했던 허브 오델 상사(텍사스 재향군인회 회장)는 회고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는게 그의 한국전에 대한 결론이다.

‘평화…’ 작가의 할머니 김춘섬씨는 갈구했다. 기차가 소리를 낼 때마다 역에서 승객이 내릴 때마다 남편을 기다리며 바랬다. “다시는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내 남편은 언제고 평화의 열차를 타고 올 것이다”고.

그렇게 되기 위해 우리는 6·25 50주년을 맞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 박용배 통일문제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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