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컨설팅사의 신흥시장으로 급부상

국내 경제가 IMF 한파에 휘청이던 98년, 서울 시내의 특급 호텔들은 때 아닌 반짝 호황을 누렸다. 당시 객실과 회의실을 가득 메웠던 손님의 대부분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중개하러 온 세계적인 컨설팅사 소속 금융 전문 컨설턴트들.

이들은 기업 M&A외에도 앞으로 대대적으로 진행될 국내 공기업, 대기업의 경영 전략 수립, 그리고 금융권의 구조 조정을 겨냥해 직접 투자와 지분 인수를 타진하러 온 기업 사냥꾼들이었다.


한국공기업은 가장 만만한 사냥감

이들에게 가장 만만한 사냥감은 공기업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공기업은 비효율적인 경영 관리의 대명사로 지목되면서 구조조정의 첫 단계로 민영화가 계획돼 있었다. 특히 공기업은 분사나 민영화 작업을 전담할 전문가가 전무한데다 공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직접 구조조정 작업을 담당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었다.

당시 미국의 살로먼스미스바니사는 포항제철,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같은 빅3 기업을 확보해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모건스탠리도 한국통신의 주식예탁증서(DR) 발행 주간사로 선정돼 2,250만달러(약 250억원)라는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한국통신은 당시 아서 디 리틀(ADL)과 함께 21세기형 조직 재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또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사인 맥킨지사는 한국담배공사에 대한 컨설팅을 맡았다.

이처럼 외국계 컨설팅사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경험이 부족한 국내업체들은 외국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한 대기업이 분사작업을 외국컨설팅사에 맡기면서 그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게 그룹 계열의 컨설팅업체를 끼워 넣는 형식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들의 향후 발전 모델을 외국사에 떠넘기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물론 그 방향이 다분히 미국식 비즈니스 모델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외국 컨설팅사의 국내 진출은 경영쪽 뿐아니라 각 분야별로 다양했다. 가장 피크를 이룬 98년에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전면 자유화하면서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존벅 컴퍼니(JBC)코리아, 컬리어스자딘 코리아, 브룩 힐리어 파커(BHP)코리아, 그리고 세계 최대사인 미국 쿠시맨&웨이필드 월드와이드 등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난해 진출한 토털컴퍼니스는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단순히 부동산 구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리와 임대, 투자 컨설팅, 금융 중개, 광고, 조세와 법률 문제 등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구조조정으로 감원 대상에 오른 퇴직 예정자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세계적인 재취업 컨설팅사인 리헥트 해리슨, 소자본 창업 컨설팅을 지원해 주는 프래네코리아 등 다양한 분야의 외국 컨설팅사가 국내에 진출했다.


전문인력 스카우트전쟁 치열

이처럼 국내 컨설팅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이 스카우트 전쟁이었다. 국내에 특화된 전문 인력은 부족한데 업체수만 늘다 보니 인재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사무소를 연 딜로이트&투시사는 파격적인 보수를 제시하면 기존 컨설팅사의 인력 수십명을 빼내가 문제가 됐다.

또 프로세스 분야에 정평이 나있는 컨설팅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도 40~50명의 경력자들을 타사에서 충원했다. 일찍 국내에 상륙한 모컨설팅사는 지난해 퇴사인 인원이 전체의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올해 목표를 ‘매출 성장’이 아닌 ‘인력 관리’로 삼고 있을 정도다. 이 회사는 신규 진출회사들이 보통 2배 이상의 연봉 인상을 앞세워 컨설턴트들을 빼내가는 것을 고려, 아예 파격적인 성과급제 형식 도입을 내부적으로 추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컨설팅사의 한 중견 컨설턴트는 “경쟁사로부터 현재 연봉의 2배 인상과 사이닝 보너스 200% 추가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받아 상사에게 상의하려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상사가 ‘나도 당신과 같은 회사로부터 무려 4배를 올려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말해 한바탕 웃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사회가 점차 전문화 분업화 다양화되는 시점에서 컨설팅 분야의 발전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할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 컨설턴트들의 자체 진단이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송영웅·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