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경력의 특급프로마술사 이흥선씨는 ‘알렉산더 패밀리’의 총수다. 5명의 직계가족과 제자 4명으로 이뤄진 이들 패밀리의 구성과정과 역할을 살펴보면, 우선 이씨의 부인 오금순여사는 이씨의 출연섭외 및 회계문제 담당. 평범한 주부로만 있다가 자녀들이 장성한 뒤 역할을 맡았다.

특히 돈문제엔 마음 약한 이씨가 누구든 요청만 하면 5만원이든 10만원이든 무조건 응낙해주는 것을 보고, 보다못해 직접 ‘장내정리’에 나선 것. 맏딸 이영숙씨는 가장 최근에 합류한 신참 멤버다. 딸만한 보조자가 있을리도 만무하지만, 뭣보다 2, 3년쯤 가르치고 나면 결혼과 동시에 퇴장해버리는 젊은 여성 보조자들에겐 이번일이 여러모로 무리가 따랐다. 맏딸 이씨는 봉래호 일과 함께 본격적인 수업을 받고 조수로 입문한 케이스.

큰 외손주 김준오씨는 매직바 ‘알렉산더’의 모든 공연기획과 연출, 경영을 맡고 있다. 원래 음악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일본의 마술세계를 접한 뒤 진로를 급선회, 매직패밀리로 회귀했다. 현재의 매직바도 그의 정보와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이씨의 둘째 외손주 김정우씨는 일곱살때부터 공연을 시작한 프로마술사. 외조부가 출연하던 TV ‘묘기대행진’에 동행했다가 담당 PD가 어린 그에게 눈독을 들이면서 본의 아니게 조기데뷔했다. 그후 외조부 못지않은 인기로 많은 공연을 벌여왔고, 대학입학의 꿈도 미련없이 버린채 프로의 길을 다지고 있다.

또한 네명의 제자들도 엄연한 알렉산더 패밀리 멤버. 철저히 옛날식 도제방식을 거치는 ‘이씨가문’의 어려운 시험에 통과한 수제자들이다.

즉,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누구나 2, 3년간은 마술 한가지 배우지 못한 채 청소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조금만 가르쳐주면 조급하게 독립해버리는 어설픈 아마추어들에게 워낙 데인터라, 이씨네 가족이 심사숙고 끝에 마련한 ‘꼭 필요한 사람 걸러내기’용 장치다. 기본적인 마술교육이나 응용기술을 가르쳐주는 것도 이들이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