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펄롱의 포토그래퍼

진정한 예술이란 작가 자신의 솔직함, 재능, 자기 만족, 열정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당연한 진실을 뒤죽박죽, 엉망진창, 지저분한 우스개 거리에 담은 <에드워드 펄롱의 포토그래퍼 Pecker>(12세 이용가 등급, 우일 출시). 주제의 무게나 깊이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불쾌하기까지 한 코미디적인 전개이지만, 감독이 존 워터스라면 그럴 수 있겠다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존 워터스는 무모하고 뻔뻔스러운 컬트 영화계의 대표주자이자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편집자, 촬영 감독, 배우, 그리고 에세이스트다. 1946년 볼티모어 태생으로 그의 영화의 배경은 고향을 떠나본 일이 없다.

가톨릭을 믿는 중상층 가정에서 태어났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어릴 때부터 자동차 사고와 살인 사건에 흥미를 느껴 그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틴에이저 시절부터 학교를 빼먹고 8mm 카메라 촬영을 즐겼다는데, 실험적인 영화의 영향을 받은 단편들이었다.

그의 영화에 출연한 친구와 이웃들은 드림랜드 프로덕션의 멤버가 되어 이후의 장편 영화들에도 계속 등장하는데, 멤버의 면면을 보면 기괴한 악취미 영화에 부합되는 인물을 잘도 골랐다 싶다. 135kg의 복장도착자인 디바인, 뻐드렁니의 술집 여급 에디스 마세이, 중고품 매장주인 밍크 스톨 등이다.

중류 계급 가족의 삶의 방식, 도덕, 종교에 관한 악의적인 공격을 주목표로 삼아온 워터스는 1972년에 발표한 <핑크 플라밍고>가 심야 극장 히트작이 되면서 컬트 영화 감독으로 추앙받게 된다. 아들에게 섹스 교습을 해주는 어머니, 개의 똥을 먹는 장면 등 구역질 나는 영화의 대명사로 자리매김된 영화다.

국내에 출시된 그의 연출작은 <사랑의 눈물 Cry Baby> 한 편 뿐이고, 배우로 깜짝 출연한 조나단 뎀의 <썸씽 와일드>와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호머와 에디>가 있다. 1954년, 볼티모어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 이야기인 조니 뎁 주연 영화 <사랑의 눈물>은 1990년 작품. 이번에 출시된 <-포토그래퍼>는 1998년 작이다. 세월의 흐름 덕분에 온화해졌다는 평을 받았지만, 보통 관객 입장에서는 여전히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싶다.

볼티모어 햄프덴의 한 패스트 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펙커(에드워드 펄롱)는 모든 대상, 인물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지글거리는 햄버거 패티, 쓰레기통 속 쥐들의 흘레, 누이(마사 플림프톤)가 일하는 여장 남자 바의 스트립퍼, 어머니의 중고품 가게를 드나드는 거지들, 늘 사탕을 찾는 여동생, 성모상과 이야기하는 할머니, 그리고 세탁업을 신성시하는 연인 셀리(크리스티나 리치) 모두 그의 렌즈에 잡힌다.

뉴욕의 유명 화상 로리(릴리 테일러)가 그의 작품을 보고 뉴욕 전시를 주선하면서 펙커는 일약 유명 작가가 된다. 그러나 언론이 달라붙는 바람에 그의 가족과 이웃의 자유로운 삶은 엉망이 된다.

옥선희·비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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