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들이 합심해서 전횡을 일삼는 총수를 몰아내는 일이 가능할까.

총수가 황제처럼 군림하는 한국적 풍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이같은 ‘경영 쿠데타’가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1996년 발생한 ‘메이테크’라는 회사에서 벌어진 ‘경영 쿠데타’는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기계설계 및 주문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의 선두주자인 메이테크 임원들은 1996년 7월31일 이사회에서 세키구치 후사오 사장을 전격 해임하고 오오즈키 미쓰오 전무를 사장으로 추대했다. 1980년 메이테크의 공동 창립자이자 회사 주식의 15%를 소유한 제1대 주주가 부하들의 조직적인 반란으로 쫓겨난 것이다.

당시 사건은 세키구치 사장이 자기 취미인 경마와 관련된 사업에 50억~100억원의 거액을 투자하려 하면서 싹텄다. 세키구치는 경마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위해 대규모 인원을 신규 채용하는 한편 거액의 투자계획을 승인받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바로 자신이 소집한 그 이사회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오오즈키 전무가 “올해 이익이 50억엔에 불과한데 주사업과 무관한 분야에 거액을 쏟아부을 수 없다”며 포문을 열자 나머지 임원들이 가담했던 것이다.

비록 4년전에 벌어진 소동이지만 메이테크에서 벌어진 쿠데타는 경제에 관한한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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