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의 경쟁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새천년 벽두부터 현대,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능력있는 사외이사를 모시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자산규모가 2조원을 넘는 상장기업의 경우 최소 3명이상의 사외이사를 두는 것이 의무화하면서 다른 그룹보다 명망있고 능력있는 사외이사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가 9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400~500여명의 사외이사가 필요하지만 이에 걸맞는 인사들은 약 300여명 내외”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이에 따라 그룹차원에서 대학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언론인 등으로 ‘사외이사 풀’을 구성, 이들과 접촉하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H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사외이사를 임명하느라 고시동우회 명부를 통해 전직 관료들을 물색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올해는 그룹 임원들이 미리 후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퇴직 관료와 함께 현직 관료들도 사외이사 후보군에 넣어 이들이 퇴직했을 때 전격적으로 영입할 수 있는 체제까지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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