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호랑이, 거북, 봉황과 더불어 우리나라엔 도깨비까지 합쳐 오방신이 있습니다. 1965년에 밝혀낸 자료를 보면 이 도깨비는 천지개벽에도 관여한 것으로 등장합니다. 풍운우뢰 도깨비가 각각 바람과 구름, 비, 천둥을 몰고 오면서 천지개벽이 이뤄진다는거죠. 그중 가장 많은 천둥 도깨비와 바람 도깨비는 중국과 일본 신화에서도 공히 등장합니다.

도깨비 문화만 파고 들어봐도 결국 우리의 모태는 하나라는 추정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니 이 같은 동양권안에서 네 나라, 내 나라를 따지는건 부질없는 일입니다. 뿌리가 하나이니만큼 서로 공동체란 인식을 갖고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연구하는데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도깨비 전문가인 민학자 조자용씨의 말이다. 물론 도깨비 문화도 국가마다 차이가 있기도 하다. 특히 일본에선 최근 ‘도깨비를 죽이는 술 500가지’라는 주류가 상품화될 만큼 사람 잡아먹는 귀신으로 무섭게 인식돼 온 것이 일본 도깨비.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의 도깨비는 그와 반대로 인간과 친근하며 오히려 잡귀를 쫓고 복을 내리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 모습은 왕방울 눈에 주먹코, 톱니, 함지박 입 등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따뜻하고 다정한 인상을 풍긴다.

특히 마을을 지켜주는 장승이나 전통가옥속에 나타난 ‘망와’(잡귀를 물리치기 위해 망을 본다는 도깨비 문양기와)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양식. 한편 민담에서 흔히 구전되는 헌 빗자루 운운 도깨비는 도깨비 아닌 잡신이라고 조씨는 말한다.

조씨의 눈으로 보면 서양의 제우스신도 도깨비의 희랍판 형상이나 다름없다. 오직 다른 것은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에 있다. 조씨의 바램도 우리의 도깨비를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 수준으로 끌어올려주는 것. 우리의 신화와 문화속에 숨쉬어온 주인공으로서 제 대접을 받게하고 싶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국적없는 정신문화자체를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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