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3총선 길목에 검찰의 한나라당 정형근의원 체포시도를 둘러산 여야 공방이 어지럽다. 2월11일 밤 검찰의 기습체포를 가까스로 면한 정의원은 당사로 피신한데 이어 15일부터 임시국회가 소집됨에 따라 ‘방탄국회’의 보호막 속으로 들어갔다. 적어도 임시국회의 회기인 3월16일까지는 정의원의 체포가 힘들어졌다. 정의원 체포문제가 장기화한다는 얘기다. 물론 검찰이 체포동의안을 내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체포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 여권의 고민이다. 여권은 지난해 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을 상정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사실상 2여가 갈라서 있는데다 선거구획정의 후유증과 대폭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역의원 물갈이 등으로 서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당시보다 국회 여건이 훨씬 열악해져 있다.

여야는 당분간 정의원 문제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공방의 중요 포인트는 정의원 체포시도에 청와대가 관여했는지 여부다. 한나라당측은 “큰 파장이 예상되는 정의원 체포를 청와대가 사전에 몰랐을 리 없다”며 “여권이 총선전략 차원에서 정의원 체포를 검찰에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검찰은 이를 일축한다. “정의원을 소환조사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결정돼 있었으며 국회가 끝났기때문에 정의원을 소환하는 절차에 들어갔을 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측도 정의원을 불러서 조사하는 것 자체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없는 사안으로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의원 체포가 곧 구속이라는 오해가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고 주장했다.

즉 11일밤 검찰의 정의원 연행시도는 일단 조사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며 그 자체가 구속을 의미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조사를 마친 뒤 정의원을 구속 기소할 것인지 불구속 기소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지만 연행조사하는 것 자체는 검찰 차원에서 이뤄지는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여권이 총선전략 차원에서 대단한 의도를 갖고 정의원 체포를 지시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여야, 총선에 작용할 득실계산에 분주

정의원 체포시도를 둘러싼 또하나의 쟁점은 체포시도의 적법성 여부다. 야당은 현행범이 아닌 국회의원을 야밤에 기습적으로 체포하려 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여당측은 정의원이 수많은 사건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이고 그동안 23차례나 출두를 거부했기때문에 긴급체포의 사유가 충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의원 체포시도를 둘러싼 여야의 득실도 정가의 관심사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자충수를 뒀기때문에 총선 국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영남지역과 반DJ 정서를 갖고 있는 계층에 대해서 표의 결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무리하게 정의원을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수도권 선거전략 차원에서는 상당한 마이너스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이 대여 강공방침을 밝히면서도 장외집회 등에 신중한 것은 이런 측면을 고려했기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일단 총선가도에서 악재라고 보고 있다. 한때 바닥을 쳤던 민심이 민주당 창당을 전후로 해서 호전되는 중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법을 위반한 정의원을 과보호한다는 측면을 부각시키면 수도권의 여론 향배에는 불리하지 않다는 희망섞인 분석도 있다. 자민련은 양비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정국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자 대결로 굳어질 경우 자민련의 존재가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정의원 체포시도의 파문속에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의 충남 논산·금산 지역구 출마선언도 정가에 만만치 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위원장의 충청 출마는 충청의 맹주인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에 대한 정면도전의 의미를 갖는다.

이위원장은 논산·금산에서 바람을 일으켜 인접한 대전 서구 등으로 확산시켜나가면 충청지역에서 상당한 지역구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련이 앉아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벌써 김명예총재가 대전이나 공주 등지의 지역구에 출마,

‘이인제바람’을 차단해야 한다는 얘기가 자민련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도 긴장하고 있다. 이위원장의 충청지역 출마선언의 반작용으로 자민련바람이 강해지면 충청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입지가 그만큼 취약해질 수 있기때문이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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