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 스타 반열에 올라

프로듀서(PD)도 이름을 팔아야 프로그램이 뜬다. 요즘 방송사에서 PD들이 자신의 작품에 직접 출연, 연예인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며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양국 PD는 있었고 드라마에서 잠깐 출연하는 카메오PD는 있었지만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PD는 전무했다. 1990년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연출하던 김영희PD가 ‘쌀집 아저씨’로 잠깐 출연한 것이 고작이었다.

요즘 PC통신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시청자의 숱한 반응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서수민PD 인기 캡! 고정적으로 출연해주세요” “고PD! 제발 얼굴 좀 보여주세요” KBS ‘개그 콘서트’의 서수민(29) PD와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의 고원석(30) PD에게 보내는 반응이다.

관행을 깨고 자신이 직접 연출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두 사람은 요즘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서수민 PD는 ‘개그 콘서트’ 에 부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연기력과 애드립(즉흥 대사)이 코미디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급. 결혼한 주부임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을 웃기고 있다.

“심현섭씨가 방송 도중 갑작스레 불러내는 바람에 무대에 올라 ‘미친나!’ 하고 심씨 흉내를 냈더니 사람들이 많이 웃어요. 방송사 선배 PD들의 반응도 좋았어요” 이를 계기로 선배 PD의 강권(?)과 코미디언들의 요청에 못이겨 틈틈이 출연하게 됐다. 서PD의 이런 연기력은 연세대 연극반에서 갈고 닦은 기본기가 발휘된 것.

얼굴없는 사나이로 알려진 ‘자유선언…’ 의 고원석 PD 역시 스타 못지 않는 대접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한 코너인 ‘잠을 잊은 그대에게’ 에서 개그맨 유재석과 김종석에게 퀴즈를 내고 있는 고PD는 얼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성우보다 매력적인 목소리에 퀴즈 도중 유재석과 신경전을 벌이며 말하는 애드립이 시청자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두 사람은 요즘 인기를 실감한다. 서PD는 방청객의 사인공세를 받고 있으며 고PD는 E메일를 통해 사진을 좀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 밖에 ‘슈퍼 TV 일요일을 즐거워’ 의 전진학PD도 자신이 맡고 있는 ‘출발 드림팀’ 에 간간히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있다. 전PD는 스타들로 구성된 드림팀과 초청된 운동선수팀간의 시합에 참여해 시범을 보이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신세대 PD들의 오락 프로그램 출연은 사내·외에서 비판적인 견해보다 긍정적인 입장이 우세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보여줘 담당 프로그램을 눈에 띄게 하는 것은 연출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PD들의 자기 프로그램 출연은 점차 늘어날 것 같다.

배국남기자


배국남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