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뉴스는 정치에 밀려 뒷전이다. 등장하는 이슈들도 대부분 어두운 쪽이다. 지난주에는 특히 IMF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월간 무역수지와 여행수지 적자가 우리 경제를 우려하는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주요 화제였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돌파해 물가불안 심리를 부추겼고 종합주가지수 900선이 붕괴됐다. 해커마저 주요 뉴스로 등장해 경제계는 이래저래 어수선했다.

이번주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원화가치가 올라가고 엔화가치는 떨어지는, 이른바 ‘원고 엔저’현상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 반면에 사치성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수입은 계속 늘어나 무역수지에 대한 우려감은 더욱 높아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주는 2월의 마지막주로 2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불길한 전망을 사실로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주가는 ‘주초 약세, 주말 강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거래소 위축을 중심으로 한 증시주변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지난주말 미국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나 전망과는 어긋나는 것이 증시여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등락 폭이 크고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민감한 현 기조만큼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유가가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처럼 무척 좋지 않다. 정부가 원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기 위해 최고 1조3,000억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결정했으나 환율안정에 얼마나 기여할 지 주목된다. 정부는 또 2월25일 무역클럽에서 민관합동 무역대책회의를 열어 무역수지 흑자관리방안을 모색하지만 이 역시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역적자 지속, 제2환란 우려 속 기업은 주가관리 비상

연초 정부가 목표한 6% 성장에 3% 물가, 12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4% 실업률중 어느 것 하나 시원스럽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한 경우 금명간 또 한차례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제전문가들까지 적지 않다. 무역적자가 이대로 계속되고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환율변동에 따른 이익과 주가차익으로 먹을 만큼 먹었다고 판단, 일시에 자금을 빼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단기외채마저 전체의 80%에 달해 만기가 몰리는 내년 초 외국금융기관들이 이를 연장해주지 않을 경우, 이것이 바로 외환위기, 제2의환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가 정치논리에 밀리면 이같은 우려는 더욱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경제계는 따라서 정부의 정책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정한 환율운용을 통한 무역수지 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투자자들은 이미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투자기업에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제대로 경영을 해서 주가를 좀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기획 총무관련 조직 등 이른바 핵심 지원부서 관계자들은 거의 업무를 못볼 지경이다.

특히 이달말과 내달로 예정된 주총을 앞두고 각 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투자자들의 항의로 가득하다. 기업들이 ‘인터넷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마다 주가관리에 정신이 없다. 포철이 이미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고 현대와 쌍용 등도 계열사별 주가관리 대책을 마련중이다. 자사주 매입과 액면분할 등을 골자로 한 각 기업들의 주가관리 대책은 이번주와 내주에 걸쳐 집중될 전망이다. 그동안 떨어진 주가를 주총전까지 만회하려면 가급적 빨리 관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주총비상이다.

기업들은 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이번 주총에서 목소리를 대폭 높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래저래 걱정이 크다. 특히 시민단체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SK텔레콤과 데이콤을 비롯해 삼성과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참여연대의 질의에 대한 다각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2월 23일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전 개발 선언식을 갖는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도 가스전 보유국이 됐음을 내외에 널리 확인시키는 행사다. 27일 김대중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취소됐지만 선거를 앞둔 정부의 선심 정책은 이번주에도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재·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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