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반덤핑 제도를 이용해 또다른 외국 기업을 공격하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국내 건전지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 질레트와 싱가포르 에버레디가 벌이고 있는 신경전.

로케트전기와 서통을 인수한 질레트는 지난해 8월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수입건전지의 저가 공세로 국내 업체(로케트, 서통)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조사신청서를 냈다. 1999년 이후 국내 건전지시장에서 에버레디 계열인 에너자이저가 약진을 거듭, 시장점유율이 40%까지 치솟은 것을 감안하면 질레트의 표적은 에버레디인 셈이다.

이밖에도 외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필름업계에서도 독일계 아그파산업이 일본 후지의 네덜란드산 PS인쇄판을 덤핑혐의로 제소하는 등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저가 공세에서 한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반덤핑제도가 외국 자본끼리의 한국시장 방어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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