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에서건 고정관념은 깨야 된다. 발상의 뒤집기를 통해서만 현실과 미래를 뒤집을 수 있다. 한국 영화계에도 숱한 고정관념이 있다. 세계 시장 진출을 둘러싸고도 뿌리깊은 고정관념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금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한국인의 대표적인 고유 정서로는 흔히 ‘한(恨)’을 꼽는다. 그러면 그 ‘한’을 세계의 다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우리는 자주 접하지 못하는 유럽 또는 아시아 영화를 가끔 볼 때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거나 ‘감정이입이 안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를, 보편적인 방법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명제와 관련해 경계해야 될 점이 하나 있다. 주제와 소재의 분리다. 우리는 흔히 주제와 소재 모두 한국적이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소재는 한국적이되 주제까지 반드시 한국적일 필요는 없다. 세계 시장의 주류가 되고자 한다면.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