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시장에서 3분의1 정도를 점하던 홍콩 영화는 이제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는 정도가 됐다. 여러 이유를 들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홍콩 영화계의 침체일 것이다.

감독 임영동과 오우삼, 배우 주윤발과 이연걸은 할리우드로 진출해 자리를 잡았고, 남아있는 홍콩 영화인들은 중국 대륙 시장을 기대하며 갖가지 모색을 하고 있지만 전성기의 작품 수나 질을 회복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홍콩 영화들은 특수 효과와 물량 공세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액션물이나 유치할 정도로 누선을 자극하는 멜로물 정도다.

<신동거 시대(新同居時代)>(18세 이용가 등급, 시네마트)는 멜로 계열인데 홍콩 영화 특유의 과장된 코미디가 섞여있어 <첨밀밀>과 같은 인생 관조는 기대하기 어렵다.

요즘 홍콩 젊은이의 연애, 결혼관을 반영했다고 해서 <신동거 시대>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책임을 지는 결혼, 단 한명의 남자와 여자만의 삶이 아닌, 이성애자나 동성애자와도 한 집에서 즐겁게 사는 동거 가정 형태를 이상형으로 삼는다. 1994년도 작품으로 양범, 장애가, 조민윤이 한편씩 감독한 옴니버스 형식이다.

양범은 <로즈> <유금세월> <해상화> <홍진>과 같은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물로 국내에 소개되었고 배우,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장애가는 <최애> <소녀소어>와 같은 빼어난 연출작과 <상하이 블루스> <우견아랑> <해상화> <음식남녀> <인재뉴약>과 같은 출연작으로 널리 알려졌다.

패션 디자이너 코코 유(장만옥)의 아파트에는 헤어 디자이너 에디, 증권회사 직원 스티븐이 세들어 살고 있다. “날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해줘”라는 애인에게 “나 하나 때문에 저 많은 별을 포기하지 마”라고 답하는 에디.

단골 고객의 청첩장을 받고 “요즘도 결혼하는 사람이 있나”라고 할 정도다. 그러나 그 식장에서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여인을 만날 줄이야. 그녀의 이름은 빙빙(오천련). 친한 친구인 신부에게 애인을 빼앗기고 식장에서 쓰러진다.

스티븐은 소꿉친구 에이미와 연인 사이지만 어쩐지 허전하다. 전화 미팅을 나갔다가 연상의 여인에게 반하는데 그녀는 바로 사장의 부인 안나 유(장애가). 탐욕적인 남편에 대한 불만을 유부남과의 불륜으로 풀던 안나는 스티븐에게 많은 것을 털어놓지만 돌연히 사라진다.

두 후배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코코의 고민은 6년을 만나온 의사 황문휘(조문선)의 무책임한 태도. 홧김에 러시아 남자와 하룻밤을 즐겼는데 임신을 한다. 아이 아빠는 황문휘일까, 러시아 남자일까? 코코는 엉뚱하게 동업자인 게이 아강에게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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