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산책'

어느 이른 봄날 콧등을 살짝 스쳐 지나가는 은은한 풀향기. 이정국(43) 감독이 새천년 들어 처음 선보이는 ‘산책’(3월4일 개봉)은 새벽녘 진녹색 연꽃 잎사귀 위에 맺혀 있는 투명한 이슬 방울을 보는 듯한, 깔끔한 영화다.

1999년 한해 국내 영화계는 온통 세기말의 충격 영상이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말 충무로계에는 ‘거짓말’ ‘쉬리’ ‘텔 미 썸딩’ ‘해피 엔드’ ‘세기말’ 등 온통 폭력과 섹스, 불륜을 주제로 한 것들 일색이었다. 그리고 이런 충격적인 소재의 국산 영화들은 어느 정도 관객들의 세기말적 분위기와도 맞아 떨어져 실제로 분에 넘치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이런 의미에서 ‘산책’은 상업성을 겨냥한 영화가 아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남녀간의 애증을 다룬 단순 멜로물도 아니다. 2월초 개봉 예정이던 것이 무려 4차례나 연기됐다가 당겨지는 우여곡절을 겪은 것도 흥행 가능성이 높지 않아 극장측이 상영을 미루었기 때문이었다.

‘산책’에는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도, 진한 러브신도, 그렇다고 눈길을 끌만한 대형 스타도 없다. 평범한 우리 삶에서 빚어져 나오는 진솔한 감정의 조각들을 꾸밈없이 보여 준다. 그속에 슬픔과 분노, 화해와 사랑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주인공도 이런 이미지에 맞게 순수한 이미지를 가진 김상중(영훈역), 박진희(연화역)가 맡았다.

메가폰을 잡은 이정국 감독은 대학시절 대사 한마디 없이 영상만으로 꾸며진 ‘백일몽’과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 ‘부활의 노래’로 주목받았던 인물. 1994년 ‘두여자’로 데뷔, 그해 대종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신인감독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1997년에 발표한 ‘편지’는 200만 관객을 동원, 멜로 영화의 새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감독은 이 영화에서 요란한 카메라 기법을 생략하고 세트나 배경, 음향을 모두 자연 그대로 주워담았다.

여기에 ‘노래하는 음유시인’ 조동진씨가 영화 음악을 맡아 자연주의적인 색채를 더해 주었다. 또 이정열 윤도현의 ‘김광석 프로젝트 밴드’가 주제가를 녹음했고 음악 평론가 임진모씨도 깜짝 출연한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한번쯤 모든 것을 잊은 채 편안한 사람과 함께 한가로이 봄길을 걷고 싶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 시인과 촌장 음악회

순수한 감성과 진솔한 가사로 20여년간 한국 모던 포크의 숨은 실력자로 인정받아온 ‘시인과 촌장’이 12년전의 모습으로 무대위에 다시 오른다. ‘시인과 촌장’은 일반인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80년대 중반 ‘사랑일기’, ‘비둘기에게’, ‘푸른 돛’, 그리고 최근 리메이크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시나무’등과 같은 주옥같은 노래로 가요계 내에서는 알아주는 실력파 듀엣. 그들이 시도했던 모던 포크는 당시 외국 팝 음악에 빼앗겼던 음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었다.

이번 무대는 싱어송 라이터인 리더 하덕규, 그리고 국내 최고의 기타 테크니션인 함춘호가 12년만에 재결합해 펴내는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하기 위해 이뤄졌다. 새 앨범 ‘The Bridge’는 1986년 ‘푸른돛’, 1988년 ‘숲’이후 이들이 12년만에 선보이는 앨범이다.

모든 곡은 하덕규가 썼고 함춘호는 편곡과 어쿠스틱, 일렉트릭 기타, E-BOW를 연주했다. 예전보다 다소 모던하지만 서정적이고 깔끔한 포크 음악과 얼터너티브, 프로그래시브한 성격이 강한 포크록이다.

이들의 새 출범을 축하해주기 위해 장기호(베이스), 김영석(드럼), 박용준(피아노), 조현석(건반), 심삼종(색소폰) 등의 친구들이 함께 한다.

3월6일~11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가시나無

국내 최초의 인터넷 에로영화가 제작, 상영된다. 서울영상사업단이 기획하고 인터넷 포털러브 사이트 마구리가 제작한 ‘가시나無’는 최근 들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영화중에서도 가장 선정적인 작품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 영화는 25세의 여성인 홍지연씨가 감독을 맡아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홍감독은 ‘몰카 자유학원1,2 완결편’ ‘두나의 광기’ ‘투명팬티2’등 16㎜ 영화 11편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신예로 이번이 감독 데뷔작이다.

홍감독은 “주변에서 ‘여자가 하필이면 왜 에로 영화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에로 영화도 한 장르로서 자부심을 갖는다”며 “이번 작품은 ‘남녀가 아무런 상황관계 설정없이 여관에 들어가는’식이 아닌 짜임새 있는 흐름에 맞추어 정사 장면을 찍겠다”고 밝혔다.

여자 주인공인 하지는 만 20세의 여대생으로 쉽지 않은 정사신을 잘 처리했다는 평이다. 이 영화는 3월1일부터 마구리 사이트(www.maguri.com)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한편 씨네로닷컴은 2월25일부터 3월10일까지 ‘베이스 캠프’등 국내작 10편과 홍콩 영화 2편등 총 12편을 인터넷(www.eropark.co.kr)으로 보여주는 에로영화제를 실시하고 있다.


[마임]

· 이몽2000-마네트 마임

마음으로 듣는 이야기. 한국 마임의 대중화에 노력해온 극단 마네트가 점점 상업화되가는 최근 공연계의 흐름속에서 예술성을 찾으려는 의도에서 기획한 작품. 이미지 전달을 중심으로 하는 마임의 특성을 고려, 이 공연후 충주성심학교 등 장애인들의 다니는 5개 특수학교를 위한 순회 공연을 갖는다. 장애인들에게는 30% 입장 할인 혜택을 준다. (02)525-9644

3월3일~12일 오후 7시30분(금·토·일 4시30분,7시30분)/대학로 강강술래극장


[연극]

· 네티즌 연극제

나우누리 넷츠고 유니텔 천리안 채널아이 하이텔 등 6대 통신의 아마추어 연극동호회 회원들이 ‘만남! 그 설레임으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만드는 연극 축제. 1998년에 이어 두번째로 꾸미는 무대다. 온라인상에서의 모임을 오프라인으로 확대시켜 더욱 활성화 하자는 취지. 이강백의 ‘칠산리’, 제이 알렌의 ‘40캐럿’, 손튼 와일드의 ‘우리 읍내’등이 무대에 오른다.

2월29~4월2일/대학로 열린극장

· 작은 신화 ‘따르뛰프’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맥베드’에 이어 극단 작은 신화가 시도하고 있는 고전 넘나들기 2탄. 당대 최고의 사기꾼이자 바람둥이, 허풍장이인 따르뛰프가 졸부 귀족 오르공을 곤경에 빠트리는 내용의 몰리에르 희극. 오르공의 집에서 무위도식하는 그는 오르공의 아내는 물론 재산까지 모두 집어삼킨다. 반무섭 연출.

3월1일~12일 오후 7시30분(금·토·일 4시30분,7시30분)/혜화동 1번지


[영화]

· 인코그니토(익명)

액션과 음모의 이중 플레이를 다룬 스릴러. 그림 모조 전문화가인 해리(제이슨 패트릭)는 50만달러에 램브란트의 그림을 그려달라는 유혹을 받는다. 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어쩔수 없이 ‘램브란트 보다 더 램브란트 같은’ 그림을 그린 해리는 그것이 브로커들에 의해 진품으로 경매에 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림을 가지고 도망치는데…. 블록버스터의 전문가인 존 바담이 감독을 맡았다. 서울 MMC, 대구 만경관 상영중.


[무용]

· 드림 앤 비젼 댄스 페스티벌

사단법인 창무예술원이 국제무대로의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한·중·일의 정기 교류 무용축제. 일본과 중국의 프린지 댄스 페스티벌과 연계하여 3국의 젊고 실험적인 춤꾼들이 참여, 새로운 무용을 선보인다. 올해에는 김미선과 정란(창무회) 김윤수(국립무용단원) 박시종(새암무용단)외에 일본의 오오하시 메구미가 출연한다.

3월5일까지 오후 7시30분(주말 6시)/포스트극장


[미술]

· 이스라엘 현대미술판화전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적 전통을 복합하고 조화시켜 아름다운 하나의 모자이크를 이루는 이스라엘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이번 전시에 나온 판화들은 1974년 설립된 비영리 예술센터인 예루살렘 공방에서 제작된 작품들이다. 램브란트 초상화를 상기시키는 구성작가 라아난 레비, 고고학에서 모티브를 찾는 시돈 로덴버그, 페품을 활용해 캔버스 작업을 하는 즈비 톨고브스키 등 16명의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2월29일~4월13일/성곡미술관

■국립극장이 설립 50주년(1950년 4월29일)을 맞아 경영에 일대 혁신을 단행한다. 국립극장은 작품과 공연장 수준에서 최고의 예술성 확보와 유료 관람객 증대를 위해 각 전속단체에 ‘예술감독제’를 도입한다. 사무 부서도 공연 초기부터 기획·마케팅 개념을 도입, ‘프로듀서 시스템’제도를 도입한다. 또 각 부서마다 조직의 탄력성과 기획력을 강화한 팀 체제로 조직을 재구성한다. 이를 위해 CI작업, 수요 PRESS, 카페 설치, 홈커밍 행사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만들 계획이다.

■디지털 가수 조PD가 CF출연로 1억원 전액을 문화예술 발전에 기증,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PD는 2월 22,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데뷔 1년만에 첫 공연을 갖은 직후 “팬들의 사랑으로 크는 인기인은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해야 한다”며 이종덕 세종문화회관 총감독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 세종문화회관측은 이 기부금을 수준 높은 공연 제작에 사용할 계획이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송영웅·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