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도쿄(東京)의 대형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몇장의 신용카드를 사용, 단시간에 노트북 PC 등 고가 상품을 사들인 수상한 인물의 존재를 카드 회사의 한 사원이 눈치를 챘다. 연락을 받은 카드 명의인들은 모두 그런 일이 없었다고 펄쩍 뛰었다.

피해자들의 신용카드 이용 상황을 추적한 결과, 모두 미나토(港)구의 한 음식점에서 카드를 사용한 일이 있었다. 이 음식점의 신용조회용 단말기 측면에 붙어 있던 봉인실이 뜯겨져 있었고 안에는 담배갑 크기의 장치가 부착돼 있었다. 신용카드의 자료를 읽어 들이는 이른바 ‘스키머’라는 장치였다.

점원이 단말기로 신용카드 조회를 시작하면 그 카드의 정보는 자동적으로 ‘스키머’에 축적된다. 범죄 조직은 점원을 매수하거나 몰래 숨어 들어가 ‘스키머’를 장착하고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이를 회수하고 새로운 장치로 바꾼다. 대개는 영업이 끝난 후 점포에 침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고급 음식점이나 카페, 골프장, 주유소 등이 ‘스키밍’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의 8대 신용카드사가 정리한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11월 한달동안 도쿄 등 수도권에서만 65개 점포가 ‘스키밍’을 당했다. 그에 따른 피해자는 1,400명, 피해액은 1억5,000만엔에 달했다.

신용카드 업계는 1999년 4월부터 단말기 윗부분에 봉인실을 붙여 단말기가 열린 일이 있는지를 곧바로 알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봉인실 자체가 위조되는 바람에 위조하기 어려운 새로운 봉인실을 만들어 가맹점에 나눠줘야 했다. 그렇지만 이런 숨바꼭질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결국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수시로 단말기를 점검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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