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인가수 발굴 시스템

일본의 신인 재즈 뮤지션 토쿠(27). 2월26일 도쿄 중심가의 소미도홀에서 데뷔 라이브 연주회를 가졌다. 다음날에는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권 미디어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그날 오후에는 시부야에 있는 타워레코드에서 캠페인(홍보활동)에 돌입했다.

케이블 TV와 공중파 방송으로 데뷔하는 한국 신인가수들과는 다르다. 신인에다가 재즈 뮤지션에게 쏟는 정성치고는 과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일본 소니뮤직에서는 전혀 과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일단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엄청난 물량공세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일본 음악계의 현실이다. 그래서 1주일 차이로 일본을 갔다온 사람이 보고 온 일본의 인기가수도 다르다.

그러면 일본에서는 신인 가수를 어떻게 발굴할까. 일본의 신인 선발은 철저한 계산과 생존 경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길거리나 백화점에서 캐스팅됐다는 말은 드물다. 설사 그렇게 캐스팅이 됐다 하더라도 충분한 준비를 갖춘 이후에야 얼굴을 내밀 수 있다. 특히 일본은 일본만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승부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을 소개한다.


다양한 모티터 요원, 투명한 선발

▲일본 소니뮤직은 별도 법인으로 사운드 디벨롭먼트(Sound Development)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신인 가수 선발. 50여명의 스탭이 일본 전국에서 보내지는 오디션 자료를 모니터한다. 분류작업을 거친 후 모니터링을 하고 이들을 꾸준히 살펴본 후 선발한다. 또 클럽에 가서 가능성이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도 한다.

대단한 음악 전문가로 구성돼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장 일반적인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에는 예전에 트럭운전사를 했던 사람도 있고 요리사도, 주방 보조 출신도 있다. 음악 전문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어 대중과 유리돼 있을 가능성이 많고 대중의 감각을 못따라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스탭은 계약사원으로 일하며 자신이 발굴한 가수가 성공하면 계속 일할 수 있지만 성과를 못 낼 경우에는 자연히 도태되도록 만들고 있다. 특이한 점은 오디션에서 떨어졌더라도 일일이 답장을 보내준다. “이번에는 안됐지만 다음에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 철저한 이미지관리의 일면을 볼 수 있다.

또 남자 스탭과 여자 가수 지망생, 여자 스탭과 남자 가수 지망생은 회사 바깥에서는 만나지 못하도록 사규로 엄격히 금하고 있다. 혹 있을지도 모를 불미스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다. 투명한 신인 선발이 유망주 선발로 직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뮤직에서는 사운드 디벨롭먼트에서 선별한 가수의 음반을 내기만 하면 된다. 충분한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엄격한 오디션, 살아남으면 성공 보장

▲일본의 5인조 아이돌 그룹 스맵 등을 배출한 자니즈는 남자 아이돌 스타를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다. 일본 남자 아이돌 연예인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1970년대 코 히로미, 사이조오 히데키, 그리고 <킨기라 기니>라는 곡으로 잘 알려진 맛치, 소년대, 히카루 겐지, 스맵, 도키오, V6, 킨키 키즈를 비롯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5인조 그룹 아라시 등이 이 사무실 소속이다.

자니즈는 매년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신인을 선발한다. 특히 자니즈 주니어라 해서 겨우 6살이나 7살 정도의 꼬마들을 선발하기도 한다. 매년 100명 이상 전국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는데 이들은 5~6년간 합숙 훈련을 통해 노래와 춤, 연기 등을 배운 후 데뷔하게 된다.

자니즈 주니어는 자신만의 방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스타성을 시험받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서 부각되지 않으면 계속 버티고 있기가 힘들다. 일찌감치 대중들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매년 100명 이상씩 선발되는 탓에 살아남아 데뷔하는 숫자는 많지 않다.

이들은 자기끼리의 경쟁을 통해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대신 살아남아 데뷔하기만 하면 성공은 웬만큼 보장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니즈가 일본 남자 아이돌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힘이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혹독한 훈련, 여자가수 전문 양성소

▲남자 아이돌 스타 사무실로 자니즈를 든다면 여자는 단연 오키나와 액터즈 스쿨이다.

이 스쿨 출신으로는 슈퍼스타 아무로 나미에를 비롯해 맥스, 치넨 리나, 맥스와 쌍벽을 이루는 스피드 등이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성 솔로 또는 그룹이다. 특히 아무로 나미에는 일본의 틴에이저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이다.

오키나와 액터즈 스쿨이 여자 가수을 잇달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 역시 혹독한 훈련 덕분이다. 매년 잡지와 매스컴에 대대적인 오디션 모집을 통해 선발된 신인들은 4~5년간 혹독한 훈련을 거친다.

선발된 신인 중 70%가 도중에 그만 둘 정도로 10대 소녀로서는 견디기 힘든 훈련이다. 이들은 정확하고 짜임새 있는 레슨으로 특히 유명한데 이 스쿨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일본 연예게에서는 크게 인정받는다.

일간스포츠 연예부 이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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