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과학자들이 현재의 인터넷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된 차세대 ‘슈퍼 초고속 인터넷’을 개발하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며칠전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인터넷 관련 외신 기사다. ‘그리드’(GRID)로 알려진 이 초고속 인터넷은 지금과 같은 ‘번잡스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이 기사는 설명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1억 파운드(한화 약 2,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군사적, 학문적 편의를 위해 탄생한 인터넷의 속성은 역시 ‘정보의 교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업무형태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큰 틀은 네티즌이 원하는, 보다 많고 다양한 컨텐츠(정보)를 확보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서비스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리드’개발 계획은 ‘정보의 교환’이라는 인터넷의 일반적 속성을 엄청나게 확장시키면서도 대단히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으로까지 느껴졌다. 개발에 참여할 한 과학자는 “이 계획의 실패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고 하니 전적으로 허무맹랑한 계획은 아닌 듯 싶다.

기사가 자세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의 인터넷은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적시에 공급하는 전지(全知)한 존재로 진화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주는 중요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런데 ‘전지한 인터넷’은 왠지 낯설지 않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어릴 적 보았던 다양한 장르의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했던 것이다. 기계적 음성이 인상적이었던 당시 영화속의 ‘전자비서’는 앞으로 등장할 ‘전지한 인터넷’의 전신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대소형 컴퓨터의 형태로, 때로는 로봇의 모습으로 등장한 이 ‘전자비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정보를 즉석에서 전달하는, 모르는 것이 없는 경이로운 존재였다.

하지만 말이 ‘전지한 인터넷’이지, 그 시대가 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전지한 인터넷’이 인간에게 충실한 ‘전자비서’의 역할에만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전지전능(全知全能)한 빅 브라더’로 군림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은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인간, 개인과 집단, 국가와 국가 간에 있어서도 ‘전지한 인터넷 세상’은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먼 훗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인과 기업, 혹은 국가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전지한 인터넷 시대’의 요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검색과 데이터 베이스라고 말하고 싶다. 공상과학 영화 속의 ‘전자비서’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와 고도의 검색장치를 전제로 한 것이다. 특히 데이터 베이스는 개인과 기업,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이 되고 있는 시대다. 가히 데이터 베이스 전쟁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현재 저돌적이고 적극적이며 과감하게 인터넷 세상을 개척하고 있다.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부할만 하다.

그러나 차분하게 돌아보면 가장 중요한 데이터 베이스 마인드는 심각하게 부족한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독일이나 일본인과 비교하며 그것이 우리의 국민성 때문이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데이터 베이스는 커녕 엄청난 양의 정보와 자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료수집을 위한 중복투자도 얼마나 많이 행해지고 있는지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개인과 기업, 혹은 국가가 각각 100개의 정보를 생산했다고 치자. ‘전지한 인터넷의 시대’는 100개의 정보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시대다. 개인과 국가의 데이터 베이스 마인드는 물론, 장기적 안목의 국가적 데이터 베이스의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공상으로만 그렸던 인터넷의 ‘전자비서화’를 실현하는 ‘그리드 계획’이 충격을 준 것은 기술의 발전에 대한 놀라움과 우리의 현실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김철훈 hk인터넷 뉴스컨텐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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