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생명에는 한계가 있으나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면, 생명은 쇠사슬처럼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탄생이라는 것은 먼곳에서 온 태고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생명 사슬로, 제일 끝에 있는 부모의 사슬에서 다음의 사슬이 새롭게 연결되는 것이다. 생명의 바톤 터치와 같다.

특히 뇌는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뇌의 신비를 모른 채 인간생명의 본질을 알 수 없다. 또 뇌질환을 극복하고 신경컴퓨터나 사이보그를 개발하는 것이 미래사회의 혁명으로 예고되고 있어 미국에선 ‘뇌연구의 10년’, 일본에선 ‘뇌의 세기’, 우리나라에선 ‘뇌연구 촉진법’제정 등으로 새 밀레니엄을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신비를 벗기는 것과 높은 지능 및 창의성을 가진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뇌기능은 환경과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사람만 갖고 있으면서 고등정신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신피질’은 본능과 감정을 맡는 ‘변연피질’과는 달리 태어날 때는 정보가 거의 입력돼 있지 않다. 신생아의 뇌무게는 약 500g, 성인 뇌무게의 약 25%정도이며 450만년 전 원시인의 뇌무게와 비슷하다.

태아의 뇌는 적절한 자극에 의해 신경시냅스 회로를 새로 만들고 강화한다. 이때 뇌를 어떤 환경에 두느냐에 따라 뇌 회로가 치밀하게 될 수 있고 엉성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펜티엄 컴퓨터도 잘 쓰지 못하면 286 컴퓨터보다 못한 것처럼 뇌를 잘 발달시키면 영재나 수재로 키울 수 있지만 아무리 좋은 뇌를 가진 태아도 내팽개치면 저능아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태아에게 과도한 조기교육을 시키면 안된다. 오히려 뇌에 스트레스를 줘 발달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슈퍼 인간’을 만들려고 갈망하기보다는 태아의 특성과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을 자연스럽게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를 천재로 키우고 싶은 부모가 있다면 백악관에서 열린 한 회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부부가 직접 중재한 이 회의 주제가 ‘갓난 아이의 두뇌발달과 학습’이었기 때문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 문제가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미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믿었다. 회의에도 미국에서 내노라 하는 아동교육학자, 의학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결론은 갓난 아이, 그것도 첫 돌을 맞기 전인 아이에게 가능한 한 많은 얘기를 들려주라는 것이다. 아이가 이해하고 안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아이를 상대로 얘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아이의 두뇌발달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참석자는 “아이가 첫 돌을 맞기 전까지 하루에 얼마나 많은 단어를 들었느냐가 훗날 학교와 사회에서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유아의 두뇌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뇌신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절대로 머리가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또 말수가 많은 부모를 둔 유아가 그렇지 못한 유아들보다 더 창의적이고 영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예를 들어 ‘하지마’ ‘이리와’라고 말하는 부모보다 ‘우리 어제 무엇을 했지?’ ‘우리 무엇을 보았지?’라고 말하는 부모가 유아의 두뇌발달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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