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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왜 그들은 살인 하는가?

“그 애는 너무나 혼잡스런 환경에 살고 있었다. 총과 마약, 언제고 사람들은 마약을 사러 들락거리고. 그 애는 제 침대도 없었다.” 미국 미시간주 그린시 카운티의 검사 아서 부시의 말이다. 그는 지난 2월29일 이 마을 한 초등학교에서 6살박이 반동무 케일라 롤랜드양을 권총으로 쏴죽인 흑인 소년의 담당 검사다.

이 사건을 보고 워싱턴포스트의 퓰리쳐 수상 컬럼니스트인 리처드 코엔은 ‘권총은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논평을 3월2일자에 썼다. “천재지변이 나면 그건 ‘하느님 짓’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소녀가 반동무의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은 ‘인간의 짓’이다. 인디언을 야만인으로 본 18세기의 ‘건국의 아버지들’이 잘못 해석, 수정헌법2조에 의해 총기휴대를 허용한 ‘인간과 제도의 짓’이다.”

우리 사회도 언제 미국처럼 변했는가. 3월10일자 한국일보 사회면 톱기사에는 끔직한 세 기사가 실렸다.

첫째는 검찰이 이례적으로 히로뽕을 투약한 여중 2년의 쌍둥이 자매를 기소유예처분하고 정신병원에 치료위탁했다는 것.

이들 자매는 ‘막노동하는 아버지(47), 식당일 하는 어머니(45) 밑에서 궁핍한 생활. 매일 이어지는 부부싸움과 자식에 대한 화풀이 폭력. 지난 1월 부모는 갈라서면서 허름한 여인숙에 맡겨지고 마약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강남의 술집종업원 김모씨(23)가 완도의 고향집에 내려가 아버지(54)에게 수면제 30알을 탄 양주을 먹이고 숨지자 길에 버렸다는 것이다. 살해 이유는 여동생(19)를 아버지가 성추행했다는 소문을 듣고서였다.

세번째는 3월9일 경찰에 구속된 박모씨(44·자영업)가 만취한 채 부인을 태우고 가다 차량 충돌사고를 일으키자 뺑소니친후 아들(19·대학1년)이 사고낸 것처럼 허위자백시킨 것이다. 이날 기사의 제목은 ‘무너진 가정, 비정한 가족들’이었다.

어느 서점의 외국서적 코너에서 본 ‘왜 그들은 살인하는가’라는 책이 지금도 기억난다. 흰색 바탕에 검은 굵은 활자로 인쇄된 ‘살인’(KILL)이란 글자는 주먹만 하고 붉은 선혈 7점이 별처럼 흰색 표지위에 박혀있었다.

저자는 1986년 풀리쳐 저술상을 받은 리차드 로즈. 로즈는 ‘원자탄 만들기’라는 책에서 원자탄의 어제 오늘 내일을 이야기했었다. 또 인류 전체의 운명이 걸려있는 핵무기 개발과 이에 따른 문제를 ‘어두운 태양’에서 기술했다.

그런 그가 ‘살인’에 관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핵에 대해 쓴 것이 ‘인류의 보전’을 위한 것이다면 ‘살인’에 대한 것은 ‘인간의 보전’을 위한 것일까. ‘왜 살인…’은 로즈가 핵 물리학자가 아니면서 핵에 대해 쓴 것처럼 범죄사회학자들이 폭력, 특히 살인에 대해 어떤 연구를, 왜 하고 있는지를 추적한 것이다.

그는 뉴저지주 시톤홀 대학에서 사회범죄학을 가르치고 있는 론니 아덴스의 두 책을 읽고 미국의 폭력·살인학이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살인이 줄겠다는 생각에서 371쪽이나 되는 이 책을 썼다. ‘왜 살인…’의 3분의2는 아덴스의 이론과 그의 경력, 개인적 삶을 쓴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권총으로 죽이겠다는 위협을 받았을 정도의 폭력 피해자였던 아덴스. 그는 20여년 캘리포니아, 오크라호마의 교도소에서 100여명의 폭력 전과범과 인터뷰 끝에 ‘폭력범죄행위와 그 요인’, ‘위해한 폭력범의 창조’라는 두 책을 썼다.

로즈는 충격적 살인 범죄가 ‘의식없는 살인’,‘목적없는 살인’,‘갑자기 충동을 받아’, ‘누구도 결국 알 수 없는 이유’ 등으로 신문 등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아덴스의 두 책을 읽으면 모든 범죄의 동기는 범죄자의 의사에 의해 결정된 것이 명백하며 정신장애로 인한 범죄는 극히 적다고 밝히고 있다.

로즈는 1980년대 가서야 위궤양의 원인이 ‘헬리코 박터’라는 박테리아라는 것이 밝혀진 것처럼 범죄자의 허심없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아덴스의 범죄요인 발견은 바로 이 박테리아의 발견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아덴스는 주장하고 있다. “여러 범죄자들이 말하는 폭력 피해자로서의 경험은 어릴때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과거 역사를 연구해보면 17세기가 되기까지 아동은 예수에서부터 부모, 누구에게도 폭력의 대상이었다. 아동을 육체적으로 처벌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이 아이들을 잔혹하게 만들고 도전적으로 만들며 폭력적으로 변화시킨다. 이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공동사회와 학교다. 감옥을 만드는 것보다 문제가 발생하는 공동사회에 대해 지원하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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