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문화가 바뀌었다. ‘시민의 발’ 택시는 대중교통 수단 중에서도 서비스 개선이 가장 더뎠던 분야. 그러나 IMF 한파가 위세를 떨치던 1998년부터 이용 승객의 감소, 그리고 택시업계 종사자의 숫적 증가로 자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연시되던 합승, 승차거부, 부당요금 징수 등의 행위가 거의 자취를 감췄는가 하면 최근에는 오히려 ‘손님 모기기’ 경쟁까지 벌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선 지난해 말부터는 출근시간이나 자정 전후 시간대에 유흥가 일대에서 택시잡기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택시업계는 아직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소수 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 소시민의 바닥 경기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서울택시 5대중 1대는 ‘콜서비스’

이런 불황 속에서 택시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이 바로 ‘택시 콜서비스(Taxi Call Service)’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것으로 이용자와 택시 중간에 콜센터를 세워 양측을 최단 거리에서 최단 시간내에 연결해주는 고객 서비스다. 고가의 장비 비용과 전화 사용료 등의 부담 때문에 국내에서는 주로 모범 택시에서만 사용돼 왔다.

그러나 1998년 택시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기에 들어서면서 일부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이 모여 ‘차별 서비스’라는 기치를 내걸고 콜서비스를 개시, 현재 하루가 다르게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 콜서비스는 총 19개 사업체에 1만5,045대로 서울시의 총 택시(약 7만대)의 21.6%에 달한다. 이는 서울 시내에 운행하는 택시 5대중 1대가 콜서비스에 가입돼 있는 셈. 1998년말 5,000대 수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1년만에 무려 200%에 달하는 급성장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한국통신, 한국통신프리텔 등이 자사의 통신 회선 사용료 수입과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이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중복 가입 및 탈퇴로 정확한 숫자를 알긴 힘들지만 3월초 현재 21개업체에 1만7,000여대가 가입돼 있는 것으로 서울시는 파악하고 있다.

택시 콜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매우 유용한 서비스다. 전화 한통이면 단시간내에, 원하는 장소에서, 값싼 요금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로1가에서 일을 마친 사람이 경기도 일산 신도시까지 가려고 할 경우 출발 시각 5분전쯤에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택시 호출을 신청하면 된다.

콜 중개센터에서는 GPS(Gobal Positioning System)나 무전기를 통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회원 택시를 호출한다. 호출받은 택시가 어디서 오던간에 따로 콜 비용은 내지 않는다. 목적지까지의 미터 요금만 내면 된다. 콜센터는 24시간 상시 운영되며 택배나, 대리운전 등의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콜비용 따로없고 목적지까지 요금만

콜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신청후 5분내 도착을 기준으로 삼는다. 5분 이내에 도착이 어려울 경우에는 중개센터에서 다시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거나 콜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한다. 낮시간대에는 대부분 콜이 성사되나 자정을 전후한 시각에는 대형 콜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연결이 힘들다.

택시 콜서비스가 가장 각광을 받는 곳은 역시 신도시다. 밤 2시이후 전철이나 심야 버스가 끊긴 시각 ‘어둠의 방랑자’에게 이 서비스는 집에 갈 수 있는 효율적인 교통수단이다.

그래서 일산 방면을 주로 운행하는 서부캡이나 한강콜, 분당을 주로 가는 위성콜 같은 콜택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그린콜(555-8585), 월드콜(900-9000), 한국통신파워텔콜(1588-0082), 코리아콜(2002-9000) 등이 1,000여대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급 택시콜 중개회사다.

문제점도 없지 않다. 손님에게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콜서비스가 최근에는 업체간의 회원 끌어모으기 경쟁으로 당초 의도를 잃는 경우도 있다. 서비스 개시 초기에는 콜 중개센터에서 손님에게 출발 장소만 물어보고 도착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혹시 택시 기사들이 단거리 콜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후발업체들 중 상당수가 기사에게 출발지와 행선지를 모두 알려주는 것을 미끼로 기존 콜회사의 회원을 빼내가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일부 부작용 불구 차별화로 인기

10년째 개인택시를 하고 있는 L모(45)씨는 “지난달에 기존 중개회사에서 출발지와 행선지를 모두 알려주는 다른 콜서비스 회사로 옮겼다”며 “행선지를 알면 짧은 거리는 아예 콜을 받지 않을 수 있어 유리하다.

그러나 그것이 옳바른 서비스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수입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하듯 최근 들어선 대부분 콜중개 회사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일부 손님의 무리한 콜 신청도 이런 유행에 한몫을 했다. 콜서비스에 1년여째 가입하고 있다는 K모(38)씨는 “콜을 받았다는 이유로 중간에 손님을 태우지 않고 3~4㎞를 달려 왔는데 손님이 겨우 1,500원~2,000원의 단거리를 가거나 아예 다른 차를 타고 가버렸을 때는 정말 허탈하다”며 “심한 손님은 새벽에 술집에서 나와 인근 목욕탕에 갈때도 콜을 한다. 이런 경우는 특히 강남 지역이 더욱 심하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택시 콜서비스는 그간 불합리했던 택시 문화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용한 한 방안임에 틀림없다. 이제 막 시작하는 이 제도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수 있도록 시당국은 물론 소비자, 택시업계의 양보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송영웅·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