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네살바기 딸과 함께 부부 동반 친목회에 갔던 안재훈(36)씨는 자동차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밤 11시경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가려는데 순간 아내가 차 안에 자동차 열쇠를 놓고 내린 것을 안 것. 카센터가 문을 닫아 자동차 긴급서비스에 연락을 해봤으나 ‘문 여는 서비스는 안한다’는 통보를 받고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언뜻 택시 콜서비스가 생각이나 신도시에 사는 친구에게 번호를 알아내 택시 콜회사 3곳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한 곳은 아예 통화중으로 연결이 안됐고 다른 곳은 5분여를 대기하라고 하더니 “연결이 안된다”며 콜을 취소한다고 통보가 왔다. 나머지 한 곳도 “빈 택시가 없다”며 “미안하다”고 전화가 왔다. 결국 안씨 가족은 매서운 꽃샘 추위 속에서 떨다가 간신히 빈 택시를 잡아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딸 아이와 아내는 다음날 독감에 걸렸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가입댓수 절대부족, 서비스에 차질

택시 콜서비스는 서구에서는 이미 보편화했을 만큼 매우 유용한 제도다. 그러나 안씨의 예에서 보듯 정작 콜이 절실할 때는 오히려 연결이 안되는 불편이 따른다. 아직 시행 초기여서 콜센터 운영이 서툰데다 일부 택시 기사들이 자신의 편의와 잇속에 따라 콜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콜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택시의 숫자가 적다는 것이다. 콜서비스가 그나마 잘 운영되고 있는 서울도 가입 비율이 전체(약 7만대)의 20%(1만5,000여대)를 약간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택시콜이 제대로 되려면 가입 택시가 최소한 전체의 50%인 약 3만대는 되야 한다고 말한다. 더구나 콜회사도 20여개 중소업체로 나눠져 있어 실제로 콜이 가능한 택시는 전체의 10%에도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입된 택시의 절대 숫자가 충족돼야 원활한 콜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GPS같은 첨단 장비도 도입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택시콜서비스는 무전기를 이용하는 기존 방식과 GPS를 이용한 방식이 공존하고 있다. 무전기 방식은 가장 보편화한 것으로 택시콜중개회사가 주파수 공용통신(TRS)을 취급하는 통신업체의 무선 통신망을 임대해 소속 회원과 교신하는 방법이다. 승객이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오면 콜센터는 소속 택시에게 일제히 음성으로 손님의 콜을 알려준다.

이때 출발지에서 인근에 있는 택시중 가장 먼저 응답을 해온 기사에게 콜 자격을 준다. 일단 택시가 정해지면 콜중개센터 직원은 무전기로 그 기사와 일대일 통신을 한 다음 손님의 연락처를 무전기에 문자로 알려준다. 그러면 택시기사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아낸 뒤 약속 장소로 간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기사는 다시 손님에게 전화를 해 도착 사실을 알리게 된다. 물론 택시 요금은 손님이 차에 타는 순간부터 계산된다.

평소 잦은 술자리 때문에 차를 집에 놓고 다닌다는 모 벤처회사의 홍모(38) 사장은 “예전에 만취된 상태에서 택시를 탔다가 지갑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 그후 가급적 술자리 뒤엔 부담이 되더라도 모범택시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최근 일반 콜택시가 생기고 부터는 안심하고 콜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장비구입·사용료 부담스러워

콜서비스는 택시 운전 기사에게도 상당한 만족을 준다. 8년째 개인택시를 하고 있다는 임정용(49)씨는 “콜서비스에 가입한 이후 하루 평균 1~2번 정도 콜 손님을 받는다”며 “수입에도 도움이 되지만 우선 도와주는 센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을 든든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택시 경력 7년이라는 강준해(43)씨도 “두달 전에 콜서비스에 가입해 그간의 월 지출과 수입을 비교해 보니까 콜서비스를 한쪽이 약간 더 유리했다”며 “특히 지방으로 갔다 돌아올 경우 콜서비스로 장거리 손님을 받을 수 있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콜서비스가 저조한 것은 비용 문제 때문이다. 콜서비스를 받으려면 무전기와 스피커폰 휴대폰 등의 초기 장비외에 상당한 사용료가 소요된다. 가장 대표적인 콜서비스업체인 그린콜의 경우 필수 장비인 무전기 장착 비용만 무려 90만원이 든다. 여기에 스피커폰과 휴대전화를 합치면 최소한 100만원의 초기 비용이 소요된다.

최근엔 50만원 대의 국산 무전기가 나와 비용이 다소 줄었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여기에 무전기 사용료로 월 2만5,000원이 들어간다. 이것은 주파수 공용통신 사용료인데 통신업체인 서울 TRS에 납부해야 하는 통신료다.

여기에 콜중개회사에 월 기본료 2만원, 그리고 한 콜이 연결될 때마다 220원의 추가 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장비 비용외에 매달 최소한 약 5만원 이상의 고정 비용이 나가는 셈이다. 최근에 생긴 후발업체중에는 GPS를 장착하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18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이태봉(40)씨는 “우선 콜서비스를 장착할 경우 한 손님을 콜로 태우는데는 전화비를 포함해 약 600~700원이 들었다. 그런데 콜서비스로 버는 하루 평균 수입은 약 8,500원 수준이었다. 결론적으로 콜서비스는 비용을 제하고서도 현재 수준에서는 운전자에게도 유리한 제도”라고 말했다.


주무관청 이원화, 활성화에 걸림돌

이처럼 바람직한 택시 콜서비스가 빠르게 활성화되지 못한데는 주무 관청의 부제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현행 택시 콜서비스는 서울시와 정부 당국의 주무 관청이 이원화돼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선 콜서비스를 하려면 정보통신부로부터 무선망 사용 허가를 얻어야 한다. 이 허가만 받으면 현재로서는 누구든 택시 콜서비스 중개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본래 대중 교통 수단인 택시는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도록 되어 있다. 서울 시내 택시의 경우 서울시가 관할 단체다.

그러나 콜서비스에 관해서는 서울시에서 이렇다 할 관리 권한이 없다. 이런 주무 관청의 이원화가 콜서비스에 대한 일괄적인 관리·감독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1998년 규제완화 조치 이후 중소 택시 콜서비스가 난립하자 지난해초 시민단체와 함께 실태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는 마땅한 규제 법안이 없어 우선 차량 뒷면 유리창에 마구잡이로 부착한 콜전화번호를 ‘1,000대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콜서비스 회사 소속 차량’에만 달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법적인 근거가 없어 콜서비스에 대한 더이상의 관리·감독은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 교통기획과 운수물류과의 주광호 주사는 “서울시는 택시 콜서비스가 그간 고질적인 택시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좋은 방안으로 보고 있다”며 “이 제도의 바람직 확대를 위해 올해 처음 이분야에 12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장비 구입 비용을 융자해 줄 계획이다. 아울려 2002년까지는 전택시의 콜서비스화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수립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간 시민들의 원성을 샀던 택시업계가 콜서비스를 통해 진정한 ‘시민의 발’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여진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송영웅·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