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사 속의 대논쟁 10/핼 핼먼 지음/가람기획 펴냄

대부분의 사람은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곧바로 ‘논리정연’이나 ‘객관성’을 연상한다. 실제로 오늘날 거의 모든 과학 교과서에는 현재까지 인류가 이룩한 과학 지식은 수미일관(首尾一貫)된 과정과 논리적 토론을 거쳐 이뤄진 것으로 묘사하고

그러나 실제로는 과학자들도 사람인 이상 과학적 발견의 과정에는 격한 감정이 배제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다. 예를 들어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때 과학자는 다른 과학자의 이론을 짓밟는 경우가 많으며 기존의 개념을 주장하는 사람도 결코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는다.

혹은 두 사람 이상이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발견을 하는 경우도 과학이나 수학에서 동시 발견이 일어난다는 것은 놀라운 일로 보이지만 그러한 일은 실제로 자주 일어나며 여기에서 크고 작은 논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과학사 속의 대논쟁 10’(Great Feud in Science)의 저자인 핼 핼먼(Hal Hellman)은 7세기에서 20세기까지, 서양 과학의 발달과정에서 벌어진 가장 격렬하고도 흥미로운 열 가지 논쟁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또 이론과 사상의 대충돌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개인적 성격과 다채로운 삶까지 파고 들면서 과학사와 함께 시대정신까지도 펼쳐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핼먼은 과학의 분쟁은 단지 순수한 지적 견해의 불일치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미묘하거나 노골적인 신념 또는 가치 문제가 대립하는 경우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 종종 비타협적인 태도, 야심, 시기, 정치적 신념 그리고 옳은 편이 되고자 하는 억제할 수 없는 인간의 충동이 터무니없는 논쟁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다는 점도 알려준다. 실제로 핼먼에 따르면 갈릴레이에서 다윈까지 과학 분쟁에 휘말린 과학자들은 동료 과학자의 잘못된 주장과 종교 신자의 교리적인 견해, 경쟁자의 시샘과 경멸 앞에서 자기 이론을 변호해야 했다.

핼먼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로 유명한 갈릴레이와 중세 교회의 충돌처럼 유명한 것과 잘 알려지지 않은 충돌 사건을 흥미롭게 잘 섞어 선택했다. 핼먼에 따르면 갈릴레이와 교황청의 분쟁에는 교황 우르바누스 8세가 갈릴레이에게 개인적으로 악감정을 갖고 있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미적분학의 동시 발견을 놓고 벌인 분쟁에서는 과학사에서 종종 일어나는 ‘동시 발견’이 어떤 놀라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살펴볼 수 또 ‘과학계의 거인’으로 존경받던 켈빈과 새로이 부상하던 지질학 분야의 과학자 사이에 지구의 나이를 놓고 벌어진 논쟁에서는 명성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다(결국 켈빈은 지구의 나이를 수십억년이나 낮춰 잡은 것으로 밝혀진다).

과거의 정치적 굴곡이 국가 지도자로 하여금 오늘날의 사건을 해석하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짧지만 극적인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인간의 모험 정신과 조직적인 활동으로서의 과학을 이해하

조철환 주간한국부 기자


조철환 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