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오늘날과 같이 모든 것이 국제화되고 정보화되는 시대에 사실상 국제공용어나 다름없는 영어를 강조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영어수준은 아시아에서만 보아도 꼴지에 가깝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태국, 중국 등은 모두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판단된다. 항상 우리하고 꼴지경쟁을 하던 일본도 국가의 영어교육 정책을 혁명적으로 바꿈과 동시에 사실상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하겠다. 최근 일본사회는 영어를 제2의 공용어로 채택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누가 뭐래도 영어는 사실상 국제공용어가 된 지 오래이다. 지금과 같은 국제화 사회에 있어서 국제공용어인 영어를 모르면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아무것도 해나갈 수 없게 된다. 프랑스 언어에 대한 자존심만으로 살고 있는 프랑스 사회까지도 영어의 필요성 앞에 사실상 굴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어는 세계로 통하는 길

21세기는 본격적인 정보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정보화 시대에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는 영어다. 영어를 모르면 어떻게 인터넷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가.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을 배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국은 현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국방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제1의 국가가 된지 오래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로서 군림하게 되리라 예상된다.

세계 100대 대학의 4분의 3을 미국대학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25개 대학은 어떤 나라의 대학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세계최고의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 세계가 생산하는 고급 지식의 31%를 미국사회가 만들어내고 있다.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서 생산되는 고급지식은 모두 한자리수에 머물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정치, 경제, 국방분야를 보면 미국과 경쟁할 만한 나라는 이 지구상에는 하나도 없다고 하겠다.

망치는 손의 연장(extension)이고, 바퀴는 발의 연장인데 반하여 언어는 손과 발을 움직이게 하는 중추신경의 연장에 비유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영어와 관계되는 모든 것을 배운다는 뜻이 된다.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한결같이 세계적인 선진국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8세기경에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은 사상적 토대로서 경험주의를 채택한 데 반하여 독일과 프랑스 등 대륙국가들은 합리주의를 채택했다.

경험주의는 현실논리를 강조한 데 반하여 합리주의는 형식논리를 강조한 사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경험주의는 발에다 신발을 맞추는 데 반하여 합리주의는 신발에다 발을 맞추는 사상이라 말해도 좋다.

경험주의는 귀납적이고 상대주의적이라면 합리주의는 연역적이고 절대주의적인 경향을 띄게 된다. 따라서 경험주의적 전통에서는 흑백논리란 존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독일의 합리주의가 일본을 통해서 수입되었고, 거기에다 유교가 중국을 통해서 주자학의 이름으로 수입되었기 때문에 철저한 형식논리의 전통속에 있었다. 그래서 우리사회는 지금도 흑백논리와 지역감정의 문제때문에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혁명적 변화 도입으로 콤플렉스 벗어나야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영어를 배움으로써 영어적인 사상이나 가치관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영어교육과 더불어 영국의 경험주의와 공리주의를 배워야 하고, 미국의 실용주의와 자본주의를 배워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는 반민족적인 흑백논리와 지역감정의 굴레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영어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국어교육의 상대적 소홀이나 외면을 의미해서는 안된다. 나라말과 글에 대한 교육은 계속 강조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영어조기교육의 바람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영어교육은 체육이나 예술과 같이 조기에 실시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도 일본과 같이 영어교육의 혁명적 변화를 하루 속히 도입해서 영어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 서정우교수(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