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의 세계/프리먼 다이슨 지음/사이언스 북스 펴냄

근시안적이고 어리석은 인간의 행동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한치 앞도 못 본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실제 역사적으로 상상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인물들은 멀거나 가까운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았다. 그중에서도 명망높은 작가들은 훌륭한 과학 소설을 남겼고 그 작품 속에서 상상한 미래는 이미 실현되었거나 현재 실현되고 있다.

세계적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미 프린스턴대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 교수는 우리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상상의 세계(Imagined Worlds)’를 펴냈다. 그는 웰스(H.G. Wells)가 1895년 내놓은 과학 소설 ‘타임머신’의 상상력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인간이 상상한 세계가 인류의 과학과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켜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켜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이슨은 자신이 말하는 미래를 독자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나누어 각각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실제 이야기를 인용하기도 한다.

이 책은 모두 여섯 개로 구성된다. ‘서론’에서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와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두번째 단락인 ‘이야기들’에서는 기술과 인간사(人間事) 사이의 상호 관계를, 핵전쟁 이후의 사회를 묘사한 ‘절망 속에서(On the Beach)’의 작가로 유명한 네빌 슈트 노르웨이를 통해 설명한다. 다이슨은 또 대영 제국의 꿈이었던 비행선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등장했던 핵과 얼음샘(ice pond) 같은 기술이 실패하게 된 원인을 예리한 분석력을 발휘해 설명하고 있다.

세번째 단락인 ‘과학’에서는 근래 SF영화들을 통해 화제가 된,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 위를 날아오는 혜성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물체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운동량이 필요한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소폭탄 같은 것은 많은 양의 에너지만 가하므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매스 드라이버’라는 자기 가속 장치를 제시한다. 그 장치를 이용하면 뉴턴의 ‘제2 운동법칙’을 통해 지구에 달려오는 혜성에 반작용을 일으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네번째 단락인 ‘기술’에서는 기술이 인간 사회에 초래하게 될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소개한다. 예를 들어 유전공학의 체외발생기술, 라디오 텔레파시 등이 가져올 영향력을 과학과 윤리적 측면에서 타진한다. 다섯번째 ‘진화’에서는 셰익스피어의 ‘마음가는 대로’에서 나오는 인간의 일곱가지 단계를 비유, 인류의 미래를 십년, 백년, 천년, 만년, 십만년, 백만년, 무한이라는 일곱 가지 시간으로 나눠 각 단위에서 등장할 미래의 진화상을 조망한다.

마지막으로 ‘윤리’에서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다가올 빈부의 격차, 인간의 행복 생명 윤리 등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이데올로기때문에 무너진 사회 정의, 과학기술의 혜택을 평등하게 누리지 못하는 빈부 격차의 상황 등에 관한 미래 전망이 담겨 있다.

책의 전편에 걸쳐 다이슨은 윤리가 어떻게 하면 기술의 나쁜 결과를 줄이고 좋은 결과를 강화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의 결론은 ‘과학의 진보가 윤리적 진보를 수반하지 않으면 혼란과 비참함을 초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