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전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종전의 판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선거운동 돌입직전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로는 한나라당이 227개 선거구중 110곳 안팎에서 리드해 제1당이 유력시됐고 민주당이 10~15석 뒤져 2위를 달렸다.

그러나 재산·납세·병역 내역 공개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정가 안팎의 일치된 견해다. 대체로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정체 내지는 후퇴하고 있고 민주당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민련과 민국당도 초반의 부진에서 벗어나 당선 가능지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이같은 추세는 4월3일 시민단체의 낙선대상자 발표에 이어 4월 7~8일께로 예정된 전과공개이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과공개이후 투표일까지는 1주일도 채 남지 않아 해당 후보에게는 치명타를 가할 개연성이 높다. 유권자에게 해명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산·납세·병역이 판세에 영향

‘신상 정보’공개가 한나라당에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무래도 구여권이었던 한나라당의 후보들이 재산형성 납세 병역 등의 문제에서 더 불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이회창 총재의 두 아들이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 등도 한나라당의 이미지에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후보 개개인의 면면을 비교하면 한나라당 후보나 다른 당 후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신상정보 공개이후 상황이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한나라당측은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초기 대응 단계에서 주춤거리는 바람에 마치 약점이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는 것이 우선 꼽힌다. 더 큰 문제는 병역·납세 공개 파문의 와중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선거 쟁점이 대부분 실종돼 버렸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4·13 총선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DJ정권 실정 심판’이 희석돼 버렸고 국가부채·국부유출 등의 정책 논쟁도 흐지부지돼 버렸다.

이같은 효과는 1996년의 15대 총선에서도 있었다. 투표 1주일전에 터진 무장 북한군 비무장지대 투입사건은 투표 전날까지 신문의 1면 톱기사를 차지, 야당이 제기했던 이슈를 모조리 잠재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일부 분석가들은 북풍 자체가 당시의 선거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고 실제로는 야당의 바람을 잠재우는 효과가 결정적으로 선거판세를 갈랐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도 선거전 후반에 이뤄지는 후보 전과공개가 비슷한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전과 관련 후보의 숫자에 관계없이 전과공개 자체가 한나라당에는 매우 불리하다. 이회창총재가 4월2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신상정보공개를 신종 관권선거로 규정하고 사전 검증기구설치를 요구하고 나선 데에는 바로 이런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1당싸움 점입가경

민주당은 신상정보 공개이후 전체적인 판세가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반색하면서도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김한길 선대위대변인은 “수도권의 몇몇 경합지역이 우세지역으로 바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1당싸움의 형세가 역전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현재까지는 1당싸움에서 한나라당의 우세한 지위가 역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공식선거전이후 65석이나 되는 영남에서 한나라당표의 결집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탓이다.

또하나의 변수는 20~30대 젊은 층의 투표율 동향이다. 당초에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20~30대층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선관위 인터넷에 공개된 후보의 신상정보를 접하고 젊은 층의 정치혐오증이 깊어져 오히려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젊은 층 지지율이 높은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자민련은 공식선거전에 돌입한 뒤 우세지역이 5~6개 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후보등록 이후 여론조사 결과의 공개가 금지되자 자민련의 유력후보들이 당 지지도의 열세를 극복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충청지역에서는 자민련표의 결집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국당도 신상정보 공개이후 민주-한나라 양강구도가 희석화하면서 인물에서 경쟁력 있는 민국당 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 커브를 그리며 우세지역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계성·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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