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유세장의 열기 못지않게 사이버 공간에서 진행되는 정당과 총선 후보의 홍보전쟁이 더 뜨겁다. 정당과 후보의 웹사이트, 이메일이 유권자를 직접 찾아가고 있다. 시민단체와 유권자도 사이버 공간을 정당과 후보에 대한 정보접근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아가고 있다. 인터넷이 정치인과 유권자를 ‘1대1 방식’으로 직접 연결하는 쌍방향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이 정치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4·13 총선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이버 선거’의 원년이 되고 있다. 정당이든, 총선 후보든 인터넷 홍보전쟁에서 패하면 곧 선거패배로 직결될 형세다. 사이버 정치 시대를 개막한 물적 토대는 물론 급속한 PC 보급과 인터넷 발전이다. 국내 인터넷 인구는 약 1,650만명. 선관위가 집계한 전체 유권자 3,358만6,955명의 절반에 이른다.


각당 "네티즌을 공략하라"

사이버 정치를 연 요인은 물적 토대만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되던 20-30대 유권자가 주된 인터넷 인구라는 사실이 또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전체 유권자 중 20-30대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57%. 이들의 표심은 선거향방과 직결되게 마련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치정보의 접근이 쉬워지면서 네티즌의 선거참여 열기도 가열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20세 이상 네티즌 중 16대 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0%를 넘는다.

정당과 후보들이 네티즌을 공략하기 위해 사이버 선거체제를 구축한 것은 당연한 대응. www.minjoo.or.kr(민주당), www.hannara.or.kr(한나라당), www.jamin.or.kr(자민련), www.change.or.kr(민국당), www.kdlp.org (민주노동당), www.kypp.or.kr(청년진보당) 등 정당별로 웹사이트를 개설한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문제는 유권자의 방문을 늘리고, 관심을 끌 콘텐츠 개발.

각 지역구 후보자의 사진과 약력, 공약, 정당의 정책, 대변인 담화와 당직자 회의, 지구당 이벤트를 동영상으로 내보내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은 인터넷 선거홍보를 위해 각각 사이버 홍보국과 사이버 기획팀, 사이버 홍보단을 운영하고 있다. 각 당의 웹사이트는 클릭 한번으로 원하는 지역구와 후보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민국당은 후발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홍보에서 기존 정당과 어깨를 겨눌 정도라는게 전문가의 평. 민주노동당은 홈페이지를 재단장한데 이어 자체 제작한 정치신문을 유권자 10만명에게 매일 이메일로 보내고 있다.


20~30대 유권자 대부분이 인터넷 인구

인터넷 홍보의 효율화를 위한 방안도 갖가지. 민주당은 네티즌과 직접 교류를 위한 인터넷방송국(DIBS)을 개설했다. 20대 남녀 뉴스앵커와 취재기자가 방송을 맡고 있다. 한나라당은 남녀 대학생 13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대변인단’을 구성해 인터넷상에서 각종 토론에 참여시키고 있다.

당사 입구의 국기게양대 앞에는 도메인 상징탑을 세워 홈페이지 대중화를 유도하고 있다. 자민련도 2만여명의 네티즌들로 ‘사이버 기자단’을 발족해 당과 후보자의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자민련은 아울러 후보자별 CD 명함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민국당은 당사 기자실에 인터넷 설비를 갖춰 각종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민국당은 다양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홍보하는 ‘사이버 실천단’을 모집해 운용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기는 선관위도 마찬가지. 중앙선관위는 4·13 총선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www.nec.go.kr)에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등록 후보에 대한 학력, 경력, 재산, 병역, 납세실적, 전과기록 등 선거법에 규정된 개인 신상자료가 공개대상이다. 이것은 후보자의 불성실 신고행위를 막는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선관위는 유권자가 허위정보라고 신고해올 경우 확인과정을 거쳐 인터넷에 공개하고 선거법에 위반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고발하기로 했다.


인터넷 정치홍보사업 활기

사이버 정치 붐이 일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홍보 사업도 함께 활기를 띠고 있다. 정치홍보전문 포털사이트인 www.mip.co.kr는 각 정당과 후보, 지역구별 정보를 제공하고 유권자 참여광장도 마련해놓고 있다.

이 사이트는 또 운영수익금을 회원에게 배당해 정치헌금으로 제공하는 통로를 열어놓고 있다. 용인대 한민형 교수(멀티미디어학)와 서강대 박진홍 교수(영상대학원)도 앤폴리틱스(www.npolitics.co.kr)를 개설해 배너광고의 수익금 30%를 정치후원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웹 호스팅 전문업체 N사는 홈페이지(www.vote413.com)에 사이버 유세장을 마련해 후보의 유세를 동영상으로 내보내고 있다. K사도 후보의 홍보 영상물을 직접 제작해 홈페이지(www.win413.co.kr)에 띄우는 방식으로 유권자 방송 홍보란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홍보업체는 광고수익만으로 운영하는 곳과 후보로부터 홍보비용을 받는 곳으로 나눠져 있다. 유료홍보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동영상 홍보비가 5-10분 분량에 50만-100만원으로 공중파 방송보다 훨씬 저렴하고 유권자들이 클릭만으로 언제든지 접할 수 있다며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익명성 이용한 불법·탈법이 문제

사이버 정치가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익명성을 이용한 불법과 탈법운동도 따라서 늘고 있다.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흑색선전이 대표적이다. 중앙선관위는 올들어 3월19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와 PC통신 게시판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벌여 334건을 적발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선거브로커까지 등장해 후보를 골탕먹이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법정선거기간동안 하이텔과 나우누리 등 6개 PC통신사업자의 초기공지란과 게시판에서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이 때문. 정보통신윤리위는 자체 검색팀을 동원해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을 발견할 경우 중앙선관위에 제보하고 있다. 개별 후보자도 자원봉사 형태의 ‘사이버 보안관’을 운용해 허위사실 유포나 비방 등에 대응하고 있다.

인터넷은 유권자가 정치인 관련 정보를 얻거나 정치인이 자신을 홍보하는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기업의 변화와 똑같이 정치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로 이행하는 셈. 예를 들어 기존의 오프라인 증권사에서 30만명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100개의 매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온라인 증권사에서 30만명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1억원 정도의 인터넷 사이트 운영비만 있으면 된다.


온라인·오프라인선거 병행

그러면 온라인 정치가 돈안드는 선거 풍토 조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16대 총선이 사이버 선거의 원년이면서도 역대 최대 선거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경희대 임성호 교수(정치학)의 이야기.

“아직까지는 인터넷을 통한 정치가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했다. 인터넷의 주된 사용자가 젊은 층인데 반해 선거판에서 쓰이는 돈은 40대 이상을 주대상으로 하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의 평균연령이 크게 올라간다 해도 중·단기적으로 선거비용이 절감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선거는 조직을 이용한 기존 선거형태에 비해 판세를 점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연히 후보와 정당은 온라인 선거운동과 기존의 오프라인 선거운동 방식을 병행할 수 밖에 없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배연해·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