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여파가 없고 전력이 탄탄한 삼성, 현대가 올시즌 프로야구 우승을 다투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리. 방망이 잘 돌아가는 팀 치고 우승하는 것 봤습니까. 삼성은 공격력에 비해 투수력이 못따라가는게 흠이고 현대는 시범경기에서 예상외로 타선 응집력이 약해 부진을 보였는데 삼성-현대 양강체제로 갈 수 있을까요.”

“그럼 마운드가 제일 강한 팀은 어딥니까.”

“선발 마운드가 제일 강한 팀은 롯데로 봅니다. 하지만 마무리가 좀 약한게 흠이지요. 선수협에 트레이드 요구까지 한 중심타자 마해영의 진로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쨌든 매직리그의 최강자로 봐야하지 않겠습니까.”(방송해설가 A씨)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한화는 어떨까요.”

“지난해 한화 승수중 40승이상을 올린 정민철 송진우 이상목이 모두 해외진출, 선수협 파동, 부상으로 나자빠졌습니다. 기둥뿌리가 뽑혔는데 어려움이 많겠지요.”(방송해결가 B씨)

“쌍방울 대신 들어선 SK가 ‘다크호스’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시즌을 보름 앞두고 감독이 정해졌는데 돌풍을 일으키는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감독이 선수에 대한 장단점이 완전히 파악된 뒤라면 좀 나아지겠죠.”(방송해설가 C씨)


‘2강 4중 2약’‘4강 2중 2약’엇갈려

4월5일 막을 올린 2000년 프로야구 판도를 삼성-현대 양강체제(4중2약)에 롯데-LG가 뒤를 쫓는 형국으로 보는 이도 있고 드림리그 삼성-현대, 매직리그 롯데-LG 4강체제(2중-2약)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9회말 투아웃에도 뒤집히는 야구이고 보니 뚜껑은 열어봐야 알 일. 선수협 피해가 없는 삼성-현대가 우승을 다툴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는 말에 타구단 직원 왈,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맞춘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십시오”라며 코방귀를 놓는다.

‘야구는 역시 투수놀음’임을 입증한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한화는 정민철 송진우 이상목의 공백으로 올해 선발 마운드진이 붕괴직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로마이어-데이비스-장종훈의 클린업 트리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맹위를 떨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지난해 40억원의 돈을 들여 IMF 한파에 시달린 해태와 쌍방울로부터 임창용 김현욱 김기태 등 정상급 선수들을 사들이고도 한국시리즈 쟁취에 실패한 ‘머니드림팀’삼성.

올시즌도 공격형 포수 김동수와 잠수함 투수 이강철 등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온 선수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코칭스태프까지 드림팀으로 구성했다. 우승을 향한 구단의 전폭적인 뒷받침속에 삼성은 홈런왕 이승엽과 미국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출신의 프랑코, 지난해 40홈런을 때린 스미스와 김기태 등으로 이어지는 역대 최강의 타격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어 타격만 보면 우승 후보 0순위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막강 타선에 비해 올해 3억원 가까이 들여 영입한 이강철이 시범경기에서 뭇매를 맞다시피하며 이름값을 무색하게 했고 10승 이상을 챙겨줄 선발투수 노장진과 김상진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에는 부진이 예상돼 삼성이 선발진 약세로 투자만큼 이익을 낼 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머니드림팀 삼성, 롯데돌풍에 관심

삼성과 치열한 플레이오프 난투극을 벌였던 롯데는 용병 기론-문동환-박석진-손민한으로 이어지는 선발라인업이 탄탄한데다 투타가 안정돼 지난해에 이어 ‘롯데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로 이적한 호세 대신 영입된 대만리그 홈런왕 출신의 우드는 정교한 타선에다 파워까지 있어 선수협 후유증에다 트레이드 요구까지 겹친 마해영 문제만 잘 풀린다면 날개달린 거인이 될 전망이다.

1998년 우승팀인 현대가 지난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결정적 원인은 용병 실패에다 마운드가 흔들렸기 때문. 현대는 올시즌 메이저리그 11년 경력의 윌리엄스를 영입한데다 아마 최강의 투수 임선동이 3년여의 부진에서 탈출, 재기 움직임을 보이고 신인 마일영도 만만찮은 구위를 자랑, 선발마운드에 힘이 실리고 있어 우승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확실한 선발투수 부재로 정규리그 승률 1위를 차지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눈물을 흘린 두산은 올시즌 선발투수급인 이경필 부상에다 강병규의 SK이적 등으로 선발라인업은 더욱 어렵게 됐다. 하지만 심정수-우즈-김동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의 파워가 만만치 않아 선발부재에도 불구하고 삼성, 현대가 버틴 막강 드림리그에서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하는 뚝심을 발휘해 중위권을 예상한 전문가들을 무색하게 했다.

이에 반해 한국시리즈 9승을 올린 명문구단 해태는 악재가 악재를 부르는 형국. 거포 양준혁을 트레이드하고 데려온 10승대 투수 손혁이 은퇴결심을 하고 있는데다 에이스 이대진과 거포 홍현우의 부상, 승률 3할을 좌우한다는 용병 2명이 모두 함량미달로 판명되는 등 겹악재에 믿을 건 ‘코끼리 감독’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력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쌍방울이 퇴출되고 올시즌 새로 들어온 SK 역시 공격·수비 전반이 약세지만 신생팀으로서의 패기가 어떤 이변을 연출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홈런왕 다툼, 올해도 뜨거울 전망

새천년 프로야구 왕좌를 꿈꾸는 각 팀의 동상이몽 못지 않게 홈런킹 다툼도 프로야구판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지난해 홈런 원맨쇼(54홈런)를 벌였던 이승엽은 올해는 홈런 40개이상으로 홈런수를 낮춰잡고 있지만 그의 의지와 관계없이 홈런레이스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출신인 프랑코와 메이저리그 11년 경력의 윌리엄스(현대), 대만리그 홈런왕 출신인 우드와 1998년 홈런왕인 우즈의 파워대결이 겹쳐져 마크 맥과이어-새미 소사-켄 그리피 주니어의 메이저리그 홈런대결 못지않은 재미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스 우드 우즈는 모두 시범경기서 홈런 3방씩을 터뜨리며 벌써부터 치열한 대포대결을 벌였다.

한때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파동으로 좌초위기설까지 나돌았던 프로야구가 우여곡절끝에 6개월간의 밀레니엄 대장정에 돌입했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공과 배트는 둥글다.

정진황 체육부기자


정진황 체육부 jhch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