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폭발과 함께 인구의 노령화는 21세기의 또다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 인구는 3월12일을 기해 이미 60억을 돌파했고 한국의 노령인구 비율이 1995년 5.6%에서 2050년에는 24.7%까지 무려 4배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유엔 인구국의 발표가 있었다.

또한편으로 생명공학과 의학의 발전은 21세기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원불멸을 향한 인류의 꿈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2100년이면 선진국의 평균수명은 100세, 최장 수명은 150세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생명연장의 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실현되고 있다. 생명과학과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인간의 평균수명도 지난 50년동안 46세에서 75세로 대폭 연장되었다.

하지만 인구의 노령화와 생명연장의 꿈을 함께 생각하면 왠지 가슴 한켠이 답답해옴을 느낀다. 인간의 노화시계를 멈추기 위한 노력은 게놈 프로젝트와 인공 장기와 신약개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영원불멸은 몰라도 생명연장의 꿈은 분명히 실현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20세기의 생명공학과 의학의 성과로 우리는 ‘인구의 노령화’라는 또하나의 사회현상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은 늘 새로운 기회를 주는 동시에 항상 또다른 문제를 잉태하고 예기치 못한 위기를 인류에게 던져왔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할수록 병의 종류도 진화하고 새로운 질병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질병의 정복을 통한 생명연장에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산업화 이후 불구와 직업과 관련한 만성질병이 증가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만연이 그 좋은 예다. 그와 더불어 이제는 인구의 노령화라는 문제를 던지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노령화 현상이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보장기금은 이미 늘어난 노인 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휘청거리고 있다. 아마도 2050년쯤이면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노령층은 청춘을 방불케 하는 건강과 젊음을 유지한 상태로 가히 무시할 수 없는 사회계층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강력한 압력단체로 작용하는 미 은퇴자협회(AARP)가 이미 그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무료 의료 혜택을 주도록 한 ‘메디케어’를 법제화하고 기업의 정년제를 폐지시킨 주역이 바로 AARP다. 한국의 각종 정부·사회기관의 정년을 하향조정한 것과는 상반되는 현상이다. 세대간의 인식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 등 새로운 인류의 숙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생명복제와 같은 당장의 문제 뿐만 아니라 21세기 생명연장의 꿈 뒤에 숨은 후유증에 대해서도 서둘러 생각할 것을 권하고 싶다. 21세기 생명연장의 꿈이 한갓 일부 부유층과 선진국의 사치품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며 단순 생명연장은 인류의 복지보다는 오히려 노령인구의 증가 등 사회적인 문제만을 양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오래 살고싶은 인간의 욕망은 인간의 역사와 그 뿌리를 같이 하겠지만 저마다 오래만 살아남는 것이 옳고 좋은 일이기만 할까? 짧고 굵게 산다는 표현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표현으로 남을 것인가? 삶의 길이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에 더많은 과학의 노력이 더 많이 가해질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세기에는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면이 더욱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강수명이 생명수명보다 더 중요하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말도 적절한 표현인 듯 싶다. 생명연장의 과학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기보다는 그 순리에 순응하는 자연친화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바랄 따름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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