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스타 전지현, 017광고 1년 전속료 3억 2,000만원.’ 최근의 모 스포츠신문에 난 기사 제목이다.

“한국의 광고 모델료가 미국 유명배우 모델료보다 높다”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고 나면 수십억원대 광고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수 조성모는 데뷔한 지 18개월만에 광고출연으로 15억원을 벌었고 최근 20여명의 스타 연예인이 모여 결성된 기획사 싸이더스는 광고계약을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박신양의 동양증권광고 3억원 등 18억원의 광고계약고를 올렸다.


광고모델료가 수입의 절반

스타 연예인의 수입은 크게 광고 모델료 50%, 출연·음반출반료 40%, 행사참여 등 기타 10%로 구성된다. 광고 모델료가 스타의 주수입원임을 알 수 있다.

기업은 앞다투어 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한다. 시장이 급신장하고 있는 휴대폰 광고와 부동산의 활기로 부쩍 늘고 있는 아파트 광고를 비롯해 기업의 광고 모델은 스타의 몫이다. 011의 한석규, 016의 조성모 이정현, 017의 정우성, 018의 차태현 김정은 김효진 김민희, 019의 송윤아 등이다. 또한 아파트 광고에는 황수정 채시라 김혜수 유인촌 등 대스타들이 전담해 나오고 있다.

그러면 광고 모델 선정은 누가 하는가? 주체는 크게 두 군데로 나뉜다. 광고주가 직접을 모델로 선정해 광고대행사에 맡기는 경우와 광고대행사가 광고의 종류와 이미지, 모델료에 맞는 섭외를 모델대행사에 의뢰해 결정하는 경우다. 모델 대행사는 모델의 소속 기획사나 메니저사의 실무자와 만나 모델료를 비롯한 계약을 체결한다. 인기도, 방송·영화 출연회수, 광고모델 회수, 독점 여부 등에 따라 등급이 분류되고 광고 모델료가 결정된다.

광고계에서는 1년 계약 기준으로 3억~4억원을 받는 특A급으로 영화배우 한석규 안성기 심은하 최민수, 탤런트 최진실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3년 이상 하나의 제품 광고에만 독점으로 나오는 김혜자 고두심 등은 이보다 훨씬 많은 모델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1억5,000만원 이상을 받는 A급 모델로는 전도연 차인표 고소영 김희선 김혜수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전지현 배두나처럼 갑자기 뜬 스타들은 일반적인 등급 적용을 받지 않는다. 요즘 60%에 달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MBC 월화 드라마 ‘허준’의 주인공 전광렬과 황수정 등에게 광고 의뢰가 10여건 이상 들어오는 것처럼 급부상하면 최고의 광고 모델료를 보장받는다. 조성모 유승준 등 인기가수도 물론 탤런트나 영화배우에 못지 않는 모델료를 받는다.


발표액과 실제계약액 달라

‘허준’에서 예진역으로 주인공을 맡은 황수정은 그동안 한화그룹의 이미지 광고 모델로만 나왔는데 ‘허준’에 출연한지 4개월만에 5개의 광고 모델로 나섰고 5개 정도의 광고모델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모델료가 높다고 알려진 화장품, 아파트의 모델이다.

하지만 일부 공개된 광고 모델료는 상당부분 과장이 많다는게 광고계의 정설이다. N모델에이젠시 L실장은 “언론에 공개된 모델료 중 실제 계약한 금액은 알려진 액수의 70~80% 선에 불과하다. 기획사 등이 스타의 인기와 다른 광고 계약을 의식해 모델료를 과대포장해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왜 기업은 이처럼 막대한 모델료를 지불하며 스타들을 기용하는 것일까? 물론 인기가 높은 스타들은 엄청난 팬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가 광고모델로 나서면 이들 팬은 곧 바로 기업 상품의 수요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단기간에 신상품의 인지도를 높여 소비를 창출할 수 있는 것도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도 부족해 드라마나 영화 출연을 하는 연기자에게 의상 협찬까지 하고 있다. 협찬을 하기 위해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을 연예인에게 지급한다. 코오롱 신정현 홍보실장은 “많은 사람이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입고 나온 의상, 가방, 액세서리는 곧바로 히트상품으로 불티가 난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이 광고효과를 위해 연예인에게 협찬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도

하지만 이처럼 스타 연기자의 과도한 광고모델 기용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단한편의 광고모델로 수억원대를 수입을 올리는 것을 보고 많은 서민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등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연예계 내적으로도 문제를 낳고 있다. 상당수 연기자들이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노래에서 인기를 얻으면 연기나 가창력에는 신경을 안쓰고 광고 모델로만 나가려고 한다. 이로 인해 연기력이나 가창력을 쌓을 기회가 상실돼 형편없는 연기력으로 작품에 나서는 연기자가 부지기수다.

또 광고 모델로 각광받는 영화 장르나 트렌디 드라마에만 출연하려는 기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좀처럼 광고로 연결되지 않는 사극에는 출연을 기피하는 것이다.

MBC 장수봉PD는 “탤런트의 연기력 향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저해요인이 스타의 과다한 광고 출연이다. 연기력을 쌓을 생각은 않고 광고출연에만 신경쓰는 연기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배국남 문화부기자


배국남 문화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