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워싱턴 DC에 있는 잭슨이라는 판사에게 집중됐다. 잭슨 판사에 따르면 21세기를 선도하며 정보화 사회를 연 신화적인 인물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이미 예상된 결론이긴 했지만 MS 덕분에 오늘이 있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스닥 시장은 덕분에 사상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도대체 독점금지법이란 어떤 것이며 MS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MS는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경쟁자를 핍박하고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요새는 독점이 국가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하여 대부분의 국가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못하게 하는 법과 제도를 갖고 있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독점은 자본주의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19세기 말에야 생긴 이 독점금지법은 다른 법률과는 달리 역사가 매우 짧다.

여러가지 경제·사회적 이유 때문에 독점금지법이 만들어졌지만 그 사회적 배경에는 미국의 독특한 정서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미국이란 나라는 일반적으로 ‘독불장군’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느 사회에서 독불장군이 환영받겠냐마는 구대륙에서 전제군주의 압제를 피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온 선조의 피가 흐르는 미국에서는 특히 어느 분야에서고 절대적 권위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에서는 포드가 워낙 독주를 하자 다른 군소업체들이 모여서 포드 자동차에 대적할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제너럴 모터스였다. 코카콜라가 워낙 잘 팔리자 소비자들은 펩시콜라를 키워주었다.

대통령이 독주를 못하도록 의회가 견제하고 있으며 사법부는 이를 감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민주당이면 의회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심지어는 ‘잘난 판사’의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하여 보통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판단을 하도록 하는 배심원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나라다.

이러한 미국적 자유주의에서 건설된 근대 자본주의는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경제력을 집중시키다 보니 마침내 ‘경제의 전제군주’를 탄생시켰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었다.

당시 록펠러는 석유의 운송 및 정제 시설을 장악함으로써 미국 동부 및 중서부 산유량의 80% 이상을 운반하고 있었으며 미국 전체 원유의 75% 이상을 정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러한 경제 전제군주를 그냥 보고 넘기지 않았으며 마침내 1911년 그 회사를 7개로 나누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Exxon-Mobil(두 회사는 최근에 다시 합병해 하나로 되었다), Chevron, Amoco, BP(영국 국영 석유회사의 미국 지사), Sun 및 Conoco가 됐다.

다음에는 AT&T였다. 처음에는 정부에서 AT&T의 독점을 인정해줬다. 광대한 미대륙에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독점업체가 아니고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하는 모든 가정에 전화를 놓아준다는 것을 조건으로 당시 벨 전화회사에 독점을 인정해줬다.

그러나 이것도 결국은 MCI라는 장거리 전화회사의 끈질긴 소송으로 마침내 1984년 여러 개의 지역 전화회사로 분할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MS의 차례가 된 것이다. MS는 소송 당시 전세계 PC 운영 시스템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 판결에서는 MS가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저해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결론지었다. 아직 항소 등 많은 법절차가 남아 있기에 MS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지금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이 미국의 경제 민주주의에 어떠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스탠더드 오일이나 AT&T 등 역사적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독점금지법의 시험대를 거친 기업은 결과적으로 더욱 번성하면서 아울러 소비자의 이익을 증대시켰다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을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혹시 ‘알량한 애국심’ 때문에 “OO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이므로 설사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소비자에게 폐해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적인 견지에서 보호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나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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