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나 손자의 손자 세대에도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길고긴 별나라 여행을 할 정도로 사람이 오래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화성이나 더멀리 태양계의 가장 끝 행성인 명왕성 여행은 가능성이 있다. 별나라 여행은 태양계의 행성 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언제냐가 문제일 뿐이다. 과학자들은 50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양계 여행이 미국 워싱턴 DC를 가로지르는 포토맥강을 수영하는 것이라면 별나라 여행은 대서양을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서양을 건너기 위해서는 배나 비행기가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 날아갈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드는데도 최소한 100년을 넘게 걸린다.

태양계내의 행성을 수년내에 돌아보고 오려해도 우주선은 초당 160㎞의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정도 속도라면 화성까지 10일내에 도착할 수 있고 명왕성까지는 1년2개월이 걸린다. 태양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집광판과 이온제트엔진을 탑재한 우주선은 어떨까? 정치적 논란만 없다면 핵발전 제트엔진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만한 돈을 쏟아부을 수 있다면 말이다. 100년 내에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다.

반면 별나라 여행은 전혀 다르다. 가장 가까운 별을 인간의 생존기간 내에 여행하려 해도 최소한 10년 내에 초당 1만6,00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우주선의 무게 1파운드당 메가와트의 출력을 내는 엔진이 필요하다.

이 정도 출력을 낼 수 있는 엔진의 경우 냉각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태양 에너지나 우라늄 이외에 반물질과 같은 연료를 써 출력을 낸다 하더라고 엔진가열을 막는 냉각시스템 개발은 여전히 숙제다. 따라서 이번 세기 내에 별나라 여행은 실현되기 어려운 꿈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무인 우주선은 어떨까. 유인 우주선보다 훨씬 가볍고 작게 만들 수 있지만 엄청난 출력과 함께 냉각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난점은 그래도 남는다.

휴스항공사 기술자 출신인 로버트 휴어드는 엔진 대신 전자파를 이용해 항해할 수 있는 우주선을 고안했다. ‘스타위스프’라고 이름지어진 이 우주선은 마치 바람을 이용해 항해하는 돛단배와 같은 원리다. 이론적으로 그럴 듯한 아이디어지만 실질적으로는 여러가지 난점이 있다. 전자파 발생기의 크기가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구와 교신할 수 있는 각종 장치의 무게도 가벼워야 한다. 이런 우주선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3000년대 중반이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딥 임팩트’는 올 것인가

지구가 멸망하지는 않겠지만 우주 돌덩어리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현명한 인류는 이미 행성이나 돌덩어리의 접근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지구를 지킬 방어책을 준비하고 있다.

소행성의 충돌은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발생할 것이냐의 문제다. 200개가 넘는 엄청난 크기의 분화구와 수십억년에 걸친 지질학적 기록은 소행성이나 많은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많은 생물을 멸종시켰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40억년의 진화는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인간이라는 종을 만들어냈다.

6,500만년전 발생한 혜성충돌은 지구상에서 공룡을 멸종시켰다. 불과 4만9,000년전에는 소행성이 아리조나에 부딪쳐 주변 수백㎞이내 생물을 완전히 파괴했다. 1908년에는 우주에서 날라온 돌덩어리들이 시베리아에 떨어져 1,600㎦가 넘는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만약 뉴욕이나 런던에 떨어졌다면 수십만명이 사망했을 것이다. 1996년에는 너비 600㎙정도의 돌덩어리가 지구에서 불과 44만8,000㎞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이 돌덩어리는 지구를 통과하기 불과 4일전에야 발견돼 천문학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후로 탐지시스템 구축이 활발해져 아리조나와 캘리포니아의 몇몇 천문학자들은 지구 주변의 이상물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지구 궤도에 주기적으로, 혹은 불규칙적으로 접근하는 행성이나 물체를 ‘네오’라고 부른다. 미 국방부의 자금지원으로 미 공군과 MIT대 링컨연구소가 1997년 이 작업에 합류했다. 뉴멕시코에 있는 미 공군의 위성감시 천체망원경에 MIT가 개발한 최첨단 장치가 탑재돼 엄청난 수의 소행성과 혜성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

막상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물체가 발견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찍 발견하면 할수록 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로스알라모스와 로렌스 리브모아 국립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물체의 구성과 특징에 따라 폭파하거나 궤도를 수정시키는 등 이미 다양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2000년에 들어 지구 주변에서 벌써 500~1,000개의 이상물체가 발견됐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도 지금 이시간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을지 모른다. 핼로밥과 같은 소행성은 지구 도달 18개월전에야 목성 근처에서 발견됐다. 이보다 작은 물체들은 발견해도 대책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조만간 밤길을 산책하던 사람이 갑자기 지평선에서 불꽃을 발견하고 지진을 느끼고 불길이 치솟는 광경을 지켜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지구 주변의 이상물체를 면밀히 감시하고 대책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쥬라기공원’은 실현가능한가

윤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수백년내에 공룡을 다시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1900년대 사람들이 복제양 돌리의 탄생을 상상이나 했을까. 화석에서 DNA를 채취할 수 있다면 그렇게 터무니없는 생각은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공룡의 DNA를 발견하느냐다. 맘모스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6,500만년전에 멸종된 공룡을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려면 세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공룡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어야 한다. 물론 공룡의 여러 후손이 남아있긴 하지만 공룡이 아니라 조류로 진화했다. 두번째로 충분한 양의 DNA를 채취할 수 있어야 한다. 세번째로 인간과 동물의 DNA 내에서 퇴화한 유전자를 해독하는 것이다.

이게 다 이루어지면 다음과 같은 상상이 가능하다. ‘실리콘 밸리의 한 생명공학 벤처사가 뭔가 눈길을 끄는 사업을 고민하다 공룡의 게놈을 다시 만들어내기로 한다. 이들은 많은 종류의 조류 게놈을 채취해 공통점을 추출한다.

그리고 깃털 게놈을 조작해 비늘피부로 바꾸고 두개골 유전자는 부리 대신 이빨이 나오도록 한다. 날개는 줄이고(타조의 유전자가 적합할 것이다) 몸집의 크기는 키운다.’ 이렇게 하면 일단 공룡의 형태는 만들어질 것이다.

3차원 영상기술과 상당한 양의 DNA 정보가 축적되면 최소한 뛰어 돌아다니는 조그만 공룡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지킬박사’가 될지도 모르지만.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이같은 상상은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도마뱀 공룡의 유전자가 꾀꼬리의 DNA 속에 그대로 남아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인간의 진화는 계속될 것인가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하거나 환경재앙만 없다면 인간은 상당기간 이 모습 그대로 남을 것이다. 컴퓨터에 매달리는 시간이 길어져도 인간의 두뇌가 커지고 시력이 약해질 것 같지는 않다. 이게 진화는 아니다.

인간이 오랜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 때문에 앞으로도 진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200만년전만 해도 인류의 뇌는 지금의 절반 정도의 크기 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인류 조상의 근육과 뼈대는 지금보다 훨씬 튼튼했다. 지속적인 노동절약적 기술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우리 몸은 더욱 연약해지지 않을까. 컴퓨터와 씨름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과 발의 기능이나 시력은 퇴화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점진적인 환경적응은 종의 개선을 계속 일으켜 최종적으로는 새로운 종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인구가 많아지면 새로운 종의 탄생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다. 새로운 종이 생겨나거나 새로운 환경적응이 정착되려면 인구가 적어야 한다.

인구가 많을수록 유전적 지속성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빙하시대 인류의 수는 적었고 여기저기 흩어져 살았기 때문에 유전적 변혁이 일어나기 쉬었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는 60억명이 넘었고 인구밀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정보통신의 발달은 인간의 유동성을 크게 높여 미국 남성이 지구 반대편에서 신부감을 찾을 수 있는 시대다. 지역적 장벽은 점점 없어지고 유전적 변혁이 일어날 여지는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주장은 현재의 환경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전제 아래서만 유효하다. 행성의 충돌이나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 병균의 창궐, 환경재앙, 핵전쟁 등 예상치 못한 재앙이나 환경변화로 인류의 상당수가 사라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류는 아직도 탐욕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한편으로 창조적이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처럼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정리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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