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다리 남해대교, 경남 하동과 나비 모양의 섬 남해도(남해군)를 잇는 연육교다. 4월 8,9일 이 다리는 자동차의 행렬로 장관을 이뤘다. 봄을 완성하는 전령 벚꽃이 남해도의 모든 길에서 절정을 이뤘기 때문이다.

대교를 건넌 자동차들은 하얀 꽃터널 속에 멈춘 채,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뒤집어 썼다. 황홀한 꽃눈으로 남해도의 올 관광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남해도의 대표적 절경은 금산, 불교의 3대 기도터인 보리암이 있는 곳으로 일출의 명소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교를 건너자마자 쏜살같이 금산으로 달려갔다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서둘러 섬을 벗어나곤 한다.

그러나 남해의 절경은 청정해역 국립공원(한려해상)답게 물가에 많아. 맑은 물과 기암, 하얀 모래밭의 해변이 섬을 뱅뱅 돌며 이어진다.

사촌마을은 나비의 왼쪽 날개 끄트머리인 남해군 남면 임포리에 있는 작은 어촌이다.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래밭으로 바다와 이어져 있다. 백사장의 길이는 약 300m.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해변이다.

그러나 그 작은 아름다움이 어느 광활한 해변보다 더 강력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앞에 펼쳐진 바다는 여수만. 물빛은 맑은 옥색이고 파도는 거의 없다. 물때에 따라 하루에 두번씩 밀려왔다 밀려가면서 찰랑거릴 뿐이다.

특히 순백의 모래가 사랑스럽다. 물에 젖은 백사장은 단단하지만 말라있는 곳을 디디면 발이 푹 빠진다. 입자가 곱기 때문이다. 한움큼 쥐고 흩뿌리면 바람에 하얗게 날아간다. 드러누워 몸을 몇 번만 뒤척이면 내 몸에 꼭 맞는 침대가 따로 없다. 맨발로 걸으면 비단 위를 걷는 기분이다.

고운 모래 때문에 방풍림을 겸한 방사림이 있다. 300여년 전 심어진 소나무숲이다.. 아름드리 굵은 소나무들이 넉넉한 모습으로 마을 옆 언덕에 버티고 있다.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와 조용한 물결 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을 만든다.

사장의 끝에는 방조제처럼 바다로 20여m 나아간 정박시설이 있다.

그 끝에 서면 맑은 바다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굵은 바위, 그 바위에 붙어있는 하얀 불가사리, 사이사이를 헤엄치는 작은 고기들···. 물 속의 모든 것이 파란색 유리창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선명하다. 작은 배들이 묶여있다. 서로 옆구리를 대고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조용히 삐걱거린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석양이다. 해는 바다 건너의 여수시 돌산도 너머로 진다. 마을 정면이다. 산마루에 해가 걸리면 여수만은 벌겋게 끓어 오른다. 바다에 떠있는 고깃배와 배를 좇는 갈매기는 까만 실루엣으로 반짝인다.

사촌해변은 여름이면 해수욕장으로 개장한다. 아직 열려지지 않아 아는 사람만 쉬쉬하며 찾는다. 그들은 지중해나 열대 휴양지의 개인해변을 찾듯 조용하고 행복하게 휴가를 보낸다. 그래서 방문자들은 위한 편의시설도 있다. 두 동의 화장실과 한 동의 샤워실, 급수대 등과 약 3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시설도 있다. 정식 숙박시설과 식당은 없다. 민박이 전부다. 여름 외에는 무작정 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사촌해수욕장번영회(0594-863-0473)

나 어촌계(862-8476)에 연락을 하고 상황을 미리 아는 것이 좋다. 남해읍을 거쳐 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기왕 사촌을 찾아가려면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겸하는 것이 좋다. 남해도 초입인 고현면 탑동 입체교차로에서 우회전, 1024번 지방 국도를 따라 가면 된다. 길이 갈라질 때에는 무조건 바다쪽으로 길을 잡는다. 40여분 해안절경에 취하다 보면 아치형 문패를 단 마을 입구에 다다른다.

권오현 생활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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