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묻지마 투자 시절은 끝났다"

'주식귀재' 박정윤이 조언하는 투자기법

없는 살림에 돈 좀 벌어보겠다고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에게 4월은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달이었다.

미국 증시, 특히 첨단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시장이 폭락하면서 한국의 코스닥시장도 날개없이 추락했다. 시장의 쓴맛을 본 개미들은 손절매 타이밍을 놓친 채 그저 시장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며 한숨을 쉬고 있다.

ID '대박'(daeba1)으로 투자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주식귀재' 박정윤(29)씨도 "현상황에서 개인투자자에게 뭐라고 해줄 말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박씨는 3월 중순 이미 코스닥시장의 폭락사태를 예견하고 전국 순회 강연회를 통해 "나스닥의 상승추세가 꺽인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코스닥도 조만간 크게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가지고 있는 주식은 가능한 파는 것이 좋다"고 알려, 그 말을 들은 투자자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현재 마이다스에셋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박씨는 "내가 관리하는 펀드가 상대적으로 많이 까먹지는 않았지만 그리도 약간의 마이너스를 기록해 투자자들을 볼 낮이 없다"며 "워낙 큰 금액을 운영하다 보니 자유롭게 투자하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미국 등 변수가 너무 많고 장세가 워낙 안좋았다"고 말했다.


"코스닥, 폭등장세는 없다"

박씨는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굳이 투자를 한다면 거래소를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1월부터 하락장세에 돌입해 지금까지 상당기간 조정을 겪었기 때문에 더 이상 폭락할 가능성은 적지만 코스닥은 미국 나스닥과 함께 이제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섰다는 것.

앞으로 2~3개월은 약세장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또 "코스닥이 회복하더라도 지난해 10월이나 올해 2월과 같은 폭등장세는 없다"며 "묻지마 투자'의 시적은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다.

박씨는 "전체 시장의 흐름이든, 개별 종목의 흐름이든 고점에 올랐다가 물량이 터지면서 크게 떨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끝"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전문가들은 무조건 다 팔아버리지만 개미들은 "어, 어"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거나 아니면 '곧 다시 오르겠지'라는 생각에 잡고 있다가 큰 손새를 본다고 설명했다.

박씨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시장에 대한 판단. 강세장이냐 약세장이냐를 확인하고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주가는 요동을 거치게 돼 있는데 강세장의 경우 조정기간은 짧지만 상승기간이 길어지는 반면 약세장은 거꾸로 나타난다.

그런데 개미들은 약세장으로 돌아섰는데도 '좋았던 시절'을 잊지 못해 주식을 잡고 있다가 손해를 키우고 강세장에서는 조금만 오르면 다 팔아버려 기회를 놓쳐 버린다.

그럼 지금과 같은 장세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폭락장세땐 보유물량 줄여야

박씨는 "코스닥에서는 단기 폭락할 경우 매집했다가 20% 안팎으로 오르면 파는 방법으로 보유물량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도 개미들은 지금도 오르면 쫓아갔다가 더 물리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코스닥 지수가 300에서 160으로 떨어졌으니까 이론적으로 투자그액의 절반 정도 손해를 봐야 맞는데 개미들의 경우 번 돈 다 까먹고 원금도 반토막난게 대부분"이라며 "약세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투자를 거꾸로 했기 때문에 손해를 더욱 키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약세장에서는 전문가의 '진검승부'가 시작되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정확한 감각도 없이 경거망동하다가 피해만 더 크진다.

일부 전문가의 경우 약세장이라는 판단이 서자 그동안 가진 주식을 모두 팔아 버리고 코스닥의 월인특강 개나리벽지 등 장기 소외주식에 집중 투자해 오히려 이익을 보았다고 말했다. 시장이 안좋으면 관리대상종목 등 장기소외주로 돈이 몰리는 추세를 미리 내다봤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번 사태를 통해 주식투자는 역시 심리전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 확인됐다. 개인투자자도 마음을 다스리고 기슬지표를 확인하는 버릇을 키우면 최소한 손해는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을 잊지 않고 기술분석 등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 박씨는 우스개소리로 "주위에서 본 진짜 전문가중 상당수는 주식투자로 돈 다 날리고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 몇 달 해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시장의 앞날에 대해 "기술적 분석이나 수급 상황 등을 보면 비관적이지만 기업 실적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 됐다"며 "펀드매니저도 이같이 상반된 여건 때문에 확신을 갖기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신권 구조조정과 제2차 금융구조조정 등이 어떻게든 결론이 내려져 시장의 불안정성이 사라지면 거래소는 상승곡선을 탈 것이라고 낙관했다.


"건설·제지주를 주목하라"

박씨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안전하게 투자하는 방법으로 거래소의 건설및 제지주를 눈여겨 보라고 조언했다. 이들 종목은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에 있기 때문에 최소한 손해를 보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 시장자금이 벤처에 지나치게 몰리는 바람에 이들 회사중에서도 시장상환과 상관없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있을 가능성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박씨가 또 주목하는 분야는 삼성전자, 현대전자, 아남반도체 등 반도체장비 회사들. 회사도 좋은데다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주문형 반도체(ASIC) 수혜종목이 하반기에는 테마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흐름을 면밀히 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들, 게임과 에니메이션, 연예 산업도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당장 어떤 우직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각광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씨는 "과거의 실패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철저한 기업분석과 시장분석, 기술 지표 파악 등을 하고 자기 나름대로 전략을 수립하면 감각적으로 사야 할 때와 팔아야 할 때를 알게 된다"며 "개인들도 실패의 경험을 '악몽'이라고 잊을게 아니라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게임의 천재.....펀드매니저로 특채

박정윤씨는 지난해 고려대 4학년에 재학하면서 각종 주식투자 게임에 참여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성적으로 1등을 차지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지난해 초 한화증권이 주최한 제 1, 2회 사이버투자대회에서 시장상황이 안좋았는데도 각각 2.191%, 2.057%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려 한화증권에 특채됐다.

올해 1월에는 증권사이트 세르파 주최 밀레니엄 증권수익률 게임에서 펀드매니저등 전문가들과 경쟁해 1.823%의 수익률로 2위를 거의 더블스코어로 제쳤다.

3개 대회에서 상금으로 받은 돈만 2억 5,000만원이다. 최근에는 한국통신 코넷의 광고모델로 기용되기도 했던 박씨는 지난달 한화증권에서 마이다스에세승로 자리를 옮겨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25 21:24


송용회 주간한국부 songy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