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지난해 연말 만삭으로 나타나 미혼모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지난 1월 아들을 낳아 다시 한번 매스컴의 주목을 끌었던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의 자전적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유미리는 1968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파탄난 가정(그녀의 어머니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 아버지에게 건네주었고 아버지는 도장을 찍지않은 채 아직도 그 서류를 보관하고 있다)에서 성장하며 방황하던 중 위스키를 마시고 겨울 바닷가 낭떨어지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는 유미리가 어린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 44개를 모아 펴낸 책이다. 빠찡코 지배인이었던 아버지, 술집에 나가며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났던 어머니, 포르노 배우가 된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 친구들에게 이지메를 당했던 이야기, 가출과 자살기도를 일삼았던 학창시절, 성에 눈떠가던 사춘기의 기억, 남자들이 건네주는 열쇠를 받아 이집저집 전전했던 날들, 남자들과의 사랑과 헤어짐, 자기가 바라보는 소설가로서의 유미리 등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재미있는 테마들로 엮어 진솔하게 써내려갔다.

민음사, 7,000원.

◐ 한국기업이 고쳐야 할 문제점 50가지

우리 기업은 지금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기업은 이제 단순히 이익만을 쫓던 집단에서 조직구성원을 위해, 사회를 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집단으로 거듭나야만 새로운 천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글로벌 경쟁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이 정신적, 문화적 병폐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그동안 팽창주의, 선단식 경영 등 양적 팽창에만 주력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서 발생했던 여러가지 문제점을 경영기획, 영업·마케팅, 인사, 재무 등 조직 전반에 걸쳐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한국기업이 고쳐야 할 문제점 50가지’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선진기업보다 뒤떨어지는 원인이 바로 기업인의 정신적 인프라, 즉 ‘멘탈 인프라’(mental infrastructure)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첨단 지식, 정보화시대가 되었는데도 ‘멘탈 인프라’는 아직도 19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을뿐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것을 고치기보다 먼저 이같은 의식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새로운제안, 8,500원.

◐ 탐구자들

인간은 끊임없이 질문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항상 ‘왜’에 대해 알고 싶어하며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역할과 위상을 탐구하는 것을 결코 중단한 적이 없었다. 실제로 우리 인간을 결속시키고, 우리를 인간적으로 만들고 유지키시는 것은 바로 탐구하는 행위 그 자체였다. 인간은 운명적으로 진리를 탐구함으로써 인간다움을 탐색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구문화는 세가지 위대한 탐구시대를 거쳐왔다. 첫번째는 천상의 신이나 우리 각자의 내부에 있는 이성으로부터 구원 또는 진리를 추구하던 예언자와 철학자들의 시대였다.

다음에는 자유로운 정신에 의해 문명을 추구하던 공동체에 대한 탐구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뒤를 이어 미래지향적 사회과학의 시대가 출현하였다. 고대로부터 시작된 이처럼 오랜 탐색과정을 통해 서양의 진리탐구 역사는 목적 또는 목표를 탐구하는 것으로부터 바야흐로 탐구하는 원인을 찾는 것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지성사를 흥미롭게 탐험한 ‘탐구자들’은 위대한 철학자와 사상사, 종교지도자와 과학자 등이 수행한 탐구행위를 보여주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발견된 진리에 관한 것이 아니라 탐구하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라 하겠다. 세종서적, 1만5,000원.

◐ 21세기 사이버 금융전략

인터넷이 아주 급격하게 우리 사회를 바꾸어 나갈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인터넷은 새로운 시장을 계속 창출하고 있다. 이 책의 편저자인 기타오 요시다카 소프트뱅크 파이낸스 사장은 이러한 변화와 창조과정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부문이 금융이라고 주장한다. 동방미디어, 8,000원.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이뤄야 할 것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삶에 있어서 순수한 열정을 바치도록 우리를 자극하는 것일까. 이 책에는 우화와 날카로운 통찰끝에 내뱉는 성자들의 깊은 깨우침의 언어가 빼꼭이 담겨 있다. 지혜의나무, 7,000원.

◐ 만일 부처가 데이트를 한다면

지속적이고 진실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상대방을 내 곁에 묶어두려 하기보다는 자비, 애정, 친절을 먼저 베풀 것을 권하고 있다. 도솔, 7,900원.

◐ 21세기의 환경과 도시

환경문제에 대한 거시적이고 이론적인 접근과 함께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도시와 주거환경’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또 환경문제를 우리의 삶의 질이라는 문제와 함께 살피고 있다. 1만5,000원, 민음사.

◐ 수학악마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통해서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새로운 형식의 수학 교양서이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67가지 문제에서 수학적 상상력을 유도해낸다. 푸른숲, 1만5,000원.

◐ 병을 든 아빠

아내를 유학보내고 젖먹이 아이를 도맡아 키웠던 남편. 밤마다 깨어나 울어대는 아이로 인해 14일을 불면으로 보내면서도 결코 화를 내지 않았던 아빠. 아이 업고 젖병들고 기저귀가방 메고 제자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교수님의 육아에세이. 돌베개, 8,000원.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07 20:01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