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따르면 세계 역사상 피부에 주름살 하나없이 고운 살결을 지녔던 여인으로 네로 황제의 아내 포페아를 들 수 있다.

휘하에 거느린 화장노예(化粧奴隸)만도 수백 명에 이르렀으며 당나귀의 젖으로 목욕하면서 마사지를 시켰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행이라도 할 때면 화장에 필요한 당나귀 젖을 조달하기 위해 500마리의 당나귀를 몰고다녔다고 하니 주름살을 없애고자 하는 여인의 끝없는 욕망을 엿보게 한다.

포페아가 잔주름을 없애는 화장수로 즐겨 애용했던 당나귀 젖은 18세기 베르사이유 궁전에까지 그 전통이 계승되었다. 나이가 30∼40대에 접어들게 되면 피부의 노화현상, 그리고 자외선 노출 등으로 피부의 탄력을 유지시켜주는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등이 빠져나가고 이로 인해 이마와 눈가 등에 주름이 생겨난다.

흔히 ‘인생의 계급장’으로 표현되는 주름살은 인생의 연륜을 나타내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현상이지만 이를 달가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선 주름살 자체가 고생의 대명사가 돼 있는데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상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주름살은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많다. 예를 들어 눈가의 주름은 바람기, 콧등의 주름은 사나운 팔자, 입가의 주름은 구설수를 뜻한다는 말은 바로 주름살의 부정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주름살 제거를 위한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주름살을 없애준다는 각종 화장품을 사용하거나 주름살을 제거해준다는 마사지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화장품이나 기구 등으로 주름살을 제거하기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주름살을 제거하는 안면주름 성형술을 시술받고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주름살을 없애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안면주름 성형술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사람에게 적합한 것이 바로 보톡스 주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양미간이나 눈옆, 이마, 입술 등에 잔주름이 있는 사람의 경우 적합하다.

보톡스는 썩은 소시지나 통조림 등에서 발견되는 병원균의 일종인 ‘보툴리누스’(Botulinus)라는 독균에서 추출한 약물로서 먹으면 치명적이지만 성형술에 활용하면 더없이 좋은 치료제다.

이처럼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를 갖고 있는 보톡스가 치료제로 이용된 결정적 계기는 1973년 미국의 엘런 스코트 박사가 원숭이의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을 약화시키는 약물로 제시한 연구논문이 발표되면서부터였다.

보툴리누스 독소는 근육 부위에 주사하면 가역적인 마비를 일으켜 수축을 억제하고 경련을 그치게 하는 작용이 있는데 1989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의료용으로 승인을 받은 이후 안과에서 처음 치료제로 사용되다가 최근 들어 피부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에서 치료용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주름살은 근육의 반복사용으로 근육이 접히고 위축된 것인데 보툴리누스 독소는 신경에서 근육으로 접합되는 부위에서 방출되는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줄여 근육수축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보톡스 요법의 시술은 주름의 깊이와 위치에 맞게 일정 간격으로 몇 단위의 독소를 주입하는데 보톡스를 주사하면 근육신경이 마비되면서 피부표면이 평평하게 펴진다. 수술에 비해 간단하고 치료비가 10분의1 정도 밖에 들지 않는 보톡스 요법은 한번 시술로 6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되며 2∼3회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반영구적인 주름제거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약물 등에 내성이 생긴 환자의 경우에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톡스 주입 후 6시간까지는 제대로 앉아 있는 것이 좋고 독소가 다른 데로 퍼지지 않도록 주입 부위를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근육이완 효과는 일주일 정도 후에 최고조에 이르러 5∼6개월 가량 피부가 부드럽게 펴진 상태가 된다.

입력시간 2000/05/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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