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이 오는 때가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받을 때나, 메모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약속을 놓치는 경우다.

또 주변의 아름다운 여성을 쳐다봐도 도무지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창때 같았으면 추근대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했을 법한데 말이다. 밤에는 밤대로 발기에 힘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쯤 되면 한마디로 매사가 귀찮아지고 우울감이 엄습하게 된다. 남성갱년기는 이처럼 소리없이 서서히 다가온다.

대부분의 사람이 갱년기 증상은 월경이 있는 여성들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노화의 과정을 겪고 인체 기능이 쇠퇴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위축된다.

이같은 현상을 포괄적으로 ‘남성갱년기’라고 지칭한다. 갱년기가 오는 시기는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개 남성호르몬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50세 이후에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학계 일부에서는 40세 이후부터 호르몬이 감소하기 시작, 갱년기가 찾아오는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호르몬은 30세를 정점으로 해마다 약 1%씩 감소하며 40-60세 남성의 7%, 60-80세 남성의 21%는 혈중 남성호르몬치가 정상치 미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갱년기의 주요 증상은 전신적 증상과 심혈관계 증상, 정신신경계 증상, 성적 증상을 들 수 있다. 전신적 증상은 전신이 무기력해지고 기분이 우울해지며 하복부의 지방이 많아지는 반면 골격계의 근육질이 감소하며 모발 또는 체모의 감소, 뼈나 관절의 통증 등이 나타난다.

심혈관계 증상으로는 얼굴의 화끈거림, 과다한 땀의 배출, 심박수 또는 맥박이 빨라지며 정신신경계 증상으로는 기억력의 감퇴와 함께 집중력이 크게 저하된다. 또 성적 증상으로는 성욕 소실, 새벽 발기감소 및 발기강도 약화, 성관계 빈도감소, 성만족도 저하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남성갱년기의 발병원인은 고환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데다 만성피로, 스트레스, 신경과민, 불안 등의 제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따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남성갱년기 증상은 증상 자체로 이미 심각하지만 이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남성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남성갱년기 증상의 치료에 약물요법을 이용하는데 주로 처방하는 약물은 ‘가미연령고본단’이다. ‘가미연령고본단’은 구기자와 토사자, 복분자, 오미자, 차전자 등 하초의 기운을 강화해주는 씨앗류 약재와 숙지황, 산약, 산수유, 복령 등 보양의 대표적인 처방인 ‘육미지황탕’의 구성 약재들과 맥문동과 천문동 등 진액을 보충해주는 약재로 구성된 ‘연령고본단’에 황정과 하수오를 가미한 처방이다.

과로와 스트레스에 의한 만성적인 피로와 하체의 원기가 허약해져 몸이 약해지는 증상, 정력이 부족하고 발기의 강도가 저하되거나 종아리와 무릎 등이 시리고 아픈 남성갱년기 증상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한의학서인 ‘만병회춘’에 기록되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젊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시들시들한 삶보다 정력적이고 의욕적인 삶을 원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의 공통된 소망이다. 더욱이 남성갱년기에 접어들어 과거와 달라진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게 되는 중년 또는 노년층의 경우 ‘젊은 오빠’가 되고 싶음은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이같은 소망이 결코 꿈같은 일만은 아니다. 적절한 치료와 함께 젊음을 되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할 경우 가능하기 때문이다. 찰리 채플린이 70이 넘어 8번째 자식을 낳은 것이나 파블로 피카소, 앤터니 퀸 등이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활력적인 생활을 한데서도 이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해진다.

갱년기 극복에 대한 의지와 함께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경우 이미 절반은 회춘에 성공한 셈이며 누구라도 ‘젊은 오빠’의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원장

입력시간 2000/05/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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