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12일 김대중 대통령과 만나는 ‘한반도 절반의 상속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어떤 인물일까. 김 대통령이 4월10일 정상회담 합의 발표후에 읽었다는 정찬현 기자(중앙일보)의 ‘곁에서 본 김정일’(19999년 출판)은 ‘식견이 있는 실용주의자’라고 보는 김대통령의 시각과 거의 같다.

그러나 한때 아·태재단 사무총장겸 기획실장을 지냈던 고 조영환 박사(서강대 교수)의 ‘매우 특별한 인물, 김정일’(1996년 출판)에는 상당부분 히틀러의 악마성과 광기, 카리스마를 닮은 ‘김정일 장군’이 있다.

런던의 더 타임스는 4월27일자에 모스크바 특파원발로 그의 사후 55년만에 총알이 뚫고 나간 길이10cm 크기의 히틀러 두개골과 치아의 모형을 연방 보안국이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가일즈 화기텐 특파원에 의하면 러시아 당국은 신나치주의자의 소동을 걱정했으나 전시는 5월 전승일까지 계속된다는 것이다.

‘제3제국의 고뇌’라고 이름붙여진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데이빗 빈스타인은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그동안 “히틀러는 1945년 4월30일 베를린의 벙커에서 권총으로 자살했고 5월1일 진격한 소련 특수부대가 이를 발견, 1970년에 동독의 마그데부르그에 암장했다가 화장해 강에 버렸다”고 밝혔었다. 두개골이 어떻게 해서 연방보안국의 문서보관소 금고에 들어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후 55년이 지났는데도 그의 사인이나 성격, 그의 ‘역사에서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도 끊임없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때에 갑자기 북한의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를 떠올림은 무엇때문일까? 조영환 박사는 한국의 대통령이 언제인가는 김정일을 만나게 될 것이다는 전제 위에 100여명의 국내외 김정일 연구가와 접촉자를 만나 그를 형상화했다.

그중 하나가 남으로 귀순한 고영환(북한외교관, ‘평양 25시’의 저자)과 강명도(1994년 망명, 김정일의 친척)라는, 비교적 김정일과 가까왔던 이들의 증언을 통해 김정일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히틀러임을 알아낸 것이다.

조박사는 히틀러를 알면 김정일을 알게 된다고 보고 히틀러의 연구에 먼저 나섰다. 미국 독일 영국 이스라엘에 히틀러의 연구자들은 저명한 사람만 100여명이 넘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앨랜 불럭의 ‘히틀러와 스탈린’,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랑거의 ‘히틀러의 마음’ 등을 통해 히틀러가 지도자로써, 인격으로써의 한 유형을 찾아낼 수 있었다.

히틀러는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대중의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카리스마적 권위주의를 이용했다. 정치적인 투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도덕적 양심과 인간적 자긍심을 내팽개쳤다. 히틀러는 국민의 열광을 조작했고 역사를 변조해 유태인이 세계를 정복하는 것처럼 예언서를 조작한 사기꾼이며 성격은 편협한, 정신치료가 필요한 열등주의자였다.

히틀러의 이런 심리적 특징 41개를 김정일과 비교해 본 바로는 82%, 34개 항목에서 유사성이 보였다는게 조박사의 결론이다. 히틀러나 김정일이나 권력욕이 강하다. 예술감각은 김정일이 낫다. 체제옹호가 생명과 직결되기에 공개적 비판은 삼간다. 도덕적 절제가 부족하다. 광기어린 사고와 행동이 비슷하다.

히틀러는 ‘총통’이라는 칭호를, 김정일은 ‘친애하는 지도자’ ‘장군님’ 칭호를 좋아한다. 두사람 다 신처럼 영생을 소망한다. “우리의 멸망은 세계의 멸망과 같다”고 느낀다. 두사람 다 연극을 좋아한다. 사람관계에서도 상대를 연극처럼 대한다.

자기 생활을 감추고 남이 알려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커다란 건축물을 짓는데 정열을 바친다. 거창한 것을 좋아한다. 두사람 다 밤 늦게까지 일하고 아침 늦게 일어난다. 히틀러의 횃불데모는 김정일의 밤집단 무도회로 바뀌었다.

김정일이 히틀러에게서 배울 것은 없다. 히틀러의 ‘역사에서의 의미’는 그러면 무엇일까. 독일의 저명한 언론인인 세바스찬 하프서는 1972년 나온 ‘히틀러의 의미’라는 짧막한 평전에서 밝혔다. “오늘의 세계는 우리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히틀러의 작품이다.

그가 없었다면 유럽속에 독일분단은 없었다. 미국과 소련이 베를린에서 맞서지도 않았다. 히틀러가 없었다면 이스라엘도 생기지 않았다. 유럽의 몰락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히틀러의 실수로 이런 현상이, 그가 바라지 않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평화공존을 두고 생각해야할 경구다.

박용배 통일문제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05/0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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