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5월의 첫 휴일을 청남대에서 보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김정일 위원장을 깊이 연구하려 한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과 함께 김 국방위원장에 관한 책과 보고서, 파일 등을 갖고 갔다고 한다.

그중에는 지난 4월15일에 나온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서대숙 박사의 ‘현대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과 김정일’도 있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일본 이와나미 출판사에서 나온 서 박사의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일의 북조선’을 한데 묶어 우리말로 출판한 것이다.

서 박사는 올해 68세로 1964년 미 콜럼비아대에서 ‘한국 공산주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1988년에 낸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은 참고문헌이 원문에 버금가는 김일성의 어제와 오늘을 학문적으로 객관화시킨 책이다.

그는 연세대, 서울대, 일본의 게이요대 등에 초빙교수를 지냈고 경남대에 오기전까지는 하와이대 석좌교수였다.

김일성 주석을 몇 차례 만나 토론했던 서 박사는 ‘김일성과 김정일’에서는 학문적인 고찰보다 북한을 포용하려는 북한 연구학자로써 감정과 주관을 넣어 일반 독자에게 ‘김정일의 북한’을 알려주고 있다.

‘어제의 수령 김일성의 북한’이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식견있는 실용주의자’로 규정해 정상회담에 끌어낸 김 대통령이 볼만한 책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에 대해 해박한 서 박사는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의 주변도 누구보다 꿰 고 있다.

두 부자의 왕국에 대한 결론은 간단하다. 김일성 부자는 북한 땅에 사회공산주의 국가를 세우지 않았고 ‘김일성 일가의 왕국’을 세웠다. 고립된 나라는 아니지만 폐쇄된 나라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김일성 부자는 인민을 위해 일했기보다 인민이 두 부자를 위해 일하는 나라를 만들었다.

서 박사는 김일성은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하도 많이 부르게 해 인민에게 “만고의 애국자는 누구인가”라는 아예 의문을 없애버렸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인민에게 정치적 안정감은 주었지만 민족상잔의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을 이루겠다는 대남정책은 완전 실패였다.

7·4 공동성명에서 표시된 ▲한민족 자주적 통일은 미군을 내보려는 구실이었고 ▲평화적 통일은 한국군의 현대화를 중단 시키려는 것 ▲한민족 대동단결은 민족해방과 반정부운동의 강화 등을 내면에 감춘 3대 원칙이었다.

그러기에 ‘수령의 시대’에 남북대화는 있었지만 실천은 된 게 없다. 세계적으로 증명된 것은 ‘한국도, 북한도 서로의 정부를 전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무장·공작 간첩 파견, 그리고 대남 테러는 한민족의 3분의2지에 해당하는 한국 국민의 증오만 불러왔다.

서 박사는 1998년 9월 북한정권 수립 50주년을 맞은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국방위원장에 임명되는 헌법개정이 있자 이를 ‘김정일의 헌법’이라 이름붙였다. 북한 헌법은 “국방 위원장은 정치, 군사, 경제의 역량 총체를 통솔·지휘하는 국가의 최고의 직책이며 조국의 영예와 민족의 존엄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성스러운 존재”라고 규정했다.

서 박사는 “‘김정일의 북한’은 군인의 정치개입을 제도화하는 정치체제, 전시형 국가체제임을 공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 60조는 전군의 간부화, 전인민의 무장화, 전국의 요새화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바로 전시형 국가체제며 노동자 인민에게 노동의 댓가를 징발하는 체제라고 보고있다.

또 김정일은 소련과 중국으로부터의 자주노선을 내세운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로 둔갑시키고 경제에서의 자주 자립 주체 노선을 핵 및 미사일 개발 등 자위 국방으로 오도했다고 분석했다. 굶으면서 일하는 김일성 사후 3년간은 1930년대의 ‘고난의 행군’시대로 후퇴한 것이었다.

서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이렇게 권고하고 있다. “우리식 사회주의, 주체사상을 다시 해석해 인민에게 우리식 사회주의, 그리고 낙원이 무엇인지를 정말 느끼게 해줘어야 한다.

특히 자립경제는 선진국의 자본과 첨단기술 도입으로 ‘세상에 부러움이 없어라’를 스스로 느끼도록 해야한다.” 첩경은 20여년째 중단된 노동당 전당대회를 열어 총비서에 재추대되고 그동안 비공개로 선발한 중앙위원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식 사회주의 공화국이 되려면 먼저 법치국가가 돼야하고고 헌법을 지키는 인민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급해야한다는 권고다.

[박용배 통일문제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05/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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