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도 돌이키지 못했던 죽음으로 가는 길, 그 노화의 시간을 첨단과학이 거꾸로 돌렸다. 타임머신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ACT(Advanced Cell Technology)라는 회사가 동물세포의 노화과정을 역전시켜 회춘을 가능케 하는 역사적 개가를 이룬 것이다.

이는 최초의 복제동물 돌리보다 더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수명의 연장이라면 이미 노인이 되어버린 사람에게는 크게 이익이 없겠지만 회춘을 통한 수명연장은 노령층이 곧바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수보다 회춘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춘아♪ 내청춘아 ♬….” 노래방에서 그토록 외쳐 불러도 돌아올줄 모르던 봄, 그 청춘이 이제 되돌아올 준비에 분주한 것이다.

ACT의 미첼 웨서트 박사팀은 1,900번의 시행착오 끝에 송아지 6마리를 복제하고 이를 과학잡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 복제 송아지는 보통 송아지보다 더 젊은 세포를 가지고 태어났다. 세포의 수명은 세포가 더이상 분열할 능력이 없으면 끝나는데, 통계적으로 갓 태어난 송아지의 세포는 실험실에서 61회 분열하는데 반해 복제 송아지의 세포는 무려 93회나 분열했다. 그래서 이 송아지는 30살까지(보통 20살) 장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돌리의 탄생은 인류를 경이와 놀라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었지만 아쉽게도 실제 나이보다 6살이나 늙은 상태였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복제 송아지는 오히려 생물학적인 나이보다 더 젊은 세포를 가지고 회춘하여 탄생한 것이다. 대체적으로 세포의 나이는 염색체 끝에 있는 종말체(telomere)라는 부분을 관찰하면 알 수 있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이 종말체는 조금씩 소모되어 없어진다. 이것이 완전히 소진되면 세포는 노화(senescence)하면서 죽음을 맞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복제된 송아지에 사용한 세포는 실험실에서 수많은 세포분열을 거친 늙은 세포였음에도 불구하고 복제된 송아지의 세포가 갓 태어난 송아지의 세포와 같은 젊은 종말체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돌리가 유방세포에서 복제된 반면 복제송아지는 섬유아세포라는 피부세포에서부터 복제되었다는 점도 다르다.

하지만 연구진은 아직 노화의 역전현상이 세포의 종류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노화는 세포의 수준이 아니라 개체의 수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 복제 송아지의 수명이 정말로 연장될 것인지는 적어도 수십년을 지켜본 후에나 내릴 결론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우선 포유류 수명의 결정인자를 이해하는 시금석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젊은 장기의 개발에도 급진전을 가져올 것이다.

이 기술이 사람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면 심장질환자가 본인의 젊은 세포를 떼어서 새로운 심장세포를 기르고 이를 이식하면 전혀 면역적 거부반응 없이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간부전증, 콩팥질환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이 시달리는 파키슨씨병이나 알츠하이머, 당뇨병과 같은 노인 질환의 치료에도 희망의 문이 열린다. 만약 이 복제방법이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인간은 200살까지도 살 수 있을 것으로 웨스트박사는 조심스런 예측을 하고 있다.

ACT는 인간의 회춘과 장수의 잠재력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제실험은 필연적으로 인간 배아를 만들어야 하고 여기서 세포를 추출해야 하므로 인간 배아 실험에 대한 논쟁의 여지는 남아 있다.

넛필드 생명윤리위원회는 인간에 대한 잠재적인 혜택이 윤리적 염려를 압도한다면 이 연구를 허용하게 될 방침이라고 한다. 여하튼 이 화창한 봄날에 과학이 가져다줄 ‘또하나의 봄’(인류의 청춘)을 차마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일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05/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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