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동지구 개발 10년, 비약적 발전 불구 지속적 성장

‘뉴욕으로 잘못 온 것 아냐?’

홍치아오(虹橋) 국제공항으로 강하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상하이(上海)는 잠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죽죽 뻗어오른 마천루 숲이 비행기를 찌를 듯 하다.

상하이 시가지를 관통하는 황푸(黃浦)강 오른편의 ‘푸동(浦東) 신개발지구’는 격자 모양으로 뚫린 도로와 빌딩이 어우러져 계획도시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여의주를 품은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여의주는 다름 아닌 푸동 신개발지구를 일컫는 말. 중국인은 창장(長江·양쯔강)을 한마리 거대한 용에 비유한다. 창장 하류의 삼각주에 위치한 상하이가 용머리라면 중류의 충칭(重京)은 몸통, 상류 쓰촨(四川)은 꼬리에 해당한다.

상하이가 물고 있는 여의주, 즉 최하류 푸동지구의 개발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중국은 바야흐로 승천을 꿈꾸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 전략의 핵 '푸동개발'

푸동지구 개발은 중국의 개혁·개방전략을 압축하고 있다. 푸동 개발을 통해 중국 최대 개방도시인 상해를 크게 도약시키고 그 힘을 창장을 따라 내륙으로 뻗어가게 한다는 전략이다.

상하이 시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16자 표어는 ‘개발포동, 진흥상해, 복무전국, 면향세계’(開發浦東, 振興上海, 服務全國, 面向世界). 연안 개방도시를 먼저 발전시켜 내륙으로 그 파급효과를 확산시키고 나아가 국제화를 이룬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원대한 구상이 이곳에서 먼저 시현되고 있다.

푸동 개발정책이 발표된 것은 주롱지(朱鎔基) 총리가 상하이 시장으로 재직중이던 1990년 4월. 계획 입안은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상하이 시당위원장으로 있던 1980년대 말에 이미 시작됐다. 현재 중국 최고 실력자들이 입안하고 실행에 옮긴 셈이다.

황푸강 밑 지하터널을 달려 푸동지구로 빠져 나오자 목이 아프게 올려다 봐야할 정도로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숲이 맞아 준다.

푸동지구 금융중심지이자 가장 번화가인 루지아쭈에이(陸家嘴). 88층짜리 징마오다샤(經貿大厦·경제무역빌딩)가 하늘을 찌를듯 위용을 뽐내고 있다. 최첨단 시설로 내부를 꾸민 상하이증권 빌딩을 비롯한 증권거래소와 인민은행 지점 등 각종 국내외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상하이 토박이인 택시기사 궈(郭·39)씨는 푸동의 발전상을 소개하느라 신이 났다. “10년전만 해도 여긴 전부 논밭이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상하이증권 빌딩에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왔다갔다. 덩샤오핑을 존경한다.”


경제·물류의 중심

황푸강 유람선 위에서 바라보는 상하이와 푸동은 경제·물류 중심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창장의 지류임에도 불구하고 한강보다 수심과 폭이 넓은 황푸강을 컨테이너선이 수시로 오가고 또 정박해 있다.

푸동의 상징으로 높이 200㎙가 넘는 ‘동방명주방송탑’을 중심으로 도열하다시피 한 빌딩은 왕복 1시간의 뱃길 내내 시야를 가린다.

지난해 말 상하이 인구는 1,311만명. 면적은 6,340㎢로 서울의 10배가 넘는다. 지난해 상하이의 GDP는 1998년에 비해 10.2%가 증가한 525억달러. 1인당 GDP는 3,720달러로 중국 전체 평균의 4배가 넘고 베이징(北京)시의 1인당 GDP보다 1,000달러 이상 많다.

지난해 상하이의 대외교역은 총 386억달러에 달해 23.1%의 연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9%에 달해 중국 전체 목표치보다 2%가 높다.

상하이는 이미 화동 경제권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상하이와 주변의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 등을 아우르는 화동 경제권은 중국전체 소비액의 36.3%를 차지하는 최대 소비시장. 푸동지구는 이같은 화동 경제권의 기관차로서 위상을 잡아가고 있다.

인구 156만명인 포동지구의 1998년 GDP는 708억8,500만위엔(9조9,260억원)으로 9년전의 10.7배로 늘었다. 연평균 성장속도는 21.3%. 푸동지구가 상하이시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8.1%에서 1998년 19.2%로 올라섰다.

푸동지구는 루지아쭈에이 금융중심을 비롯해 와이까오치아오(外高橋) 보세구, 찐치아오(金橋) 수출가공구, 장장(張江) 첨단기술개발구 등 4개 구역으로 특화해 육성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동자, 철강, 발전설비, 가전, 정보통신, 화공 등 6개 부문을 지주산업으로 중점 지원하고 있다.

푸동지구의 외국인 누적투자는 지난해 말 계약기준으로 5,972건, 금액으로 295억7,000달러에 이른다. 세계 100대 기업중 마이크로소프트, GM, 포드, IBM, GE, 월풀 등 59개사가 이곳에 투자하고 있다. 푸동지구 해외투자 1위국은 미국이며 외국인 투자의 22.6%를 점하고 있다.

이어 일본, 독일, 싱가포르, 영국, 대만의 순으로 이어진다.


홍콩 대처하는 금융중심지로 도약

1998년 푸동지구 1, 2, 3차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7%, 62.1%, 37.2%. 지난해에는 2차산업이 55%로 줄고 3차산업의 비중이 44.1%로 크게 높아졌다.

금융과 서비스 산업 발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의미다. 푸동을 껴안은 상하이의 장기적 목표는 홍콩을 대체하는 금융중심지로 도약하는 것이다. 상하이에 지점과 지사를 둔 금융기관은 2,634개. 이중에는 외국기관도 214개가 포함돼 있다.

여의주(푸동)를 문 용머리(상하이)가 드디어 몸통과 꼬리를 흔들며 세계를 향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푸동과 상하이의 앞길에 놓인 도전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인력의 질과 제도가 문제다. 중앙정부의 관료적 사고방식과 인민의 피동성이 외형적 성장을 질적인 성장으로 전환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캐나다 화교 찰스 호씨는 “상해인 3명이 대만인 1사람과 비교될 정도로 인력의 질적인 차이가 심하다”고 말했다.

상하이 푸단(復旦)대 국제경제학과 쉬윈카이(許運凱) 교수의 말. “미국 레스터 써로 교수의 이론에 따랐을 때 푸동 경제는 이륙(take-off)을 시작했다. 문제는 ‘지속적인 발전’이다. 여기에는 3가지 난제가 버티고 있다.

첫째 푸동의 성장동력 구조가 조정돼야 한다. 지금까지 푸동을 발전시킨 원동력은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자금지원과 외자도입이었지만 과거의 특혜가 크게 줄고 있다. 아울러 중앙주도적 발전과정에서 초래된 다원적 시장운용체제 결핍도 해결돼야 한다.

둘째는 푸동이 베이징의 첨단정보통신 단지인 중관춘(中關村)과 광둥(廣東)성 선전 경제특구에 의해 샌드위치가 돼 있다는 점이다. 지식산업은 배후에 유수대학을 두고 있는 중관촌에, 첨단기술은 개방 20년을 맞아 이미 경쟁력을 갖춘 선전특구에 밀리고 있다.

셋째는 경제 세계화와 신경제 흐름에 푸동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쉬 교수가 지적하는 3가지 중 어느 하나도 해결이 쉬운 문제는 없다. 개발 10주년을 맞은 푸동과 상하이는 이제 시험대에 서있다.

상하이=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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