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 경제적으로 가능할까?’

토요일에도 일요일처럼 일하지 않는 주5일 근무는 결국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가 경제적 관점에서 성사될 수 있는가의 여부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더라도 기업의 경쟁력이나 생산활동이 지장을 받지 않는가의 여부와 관련된다.

이와 관련,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재계는 “주5일 근무, 즉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은 임금의 변칙적 인상을 의미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 경쟁력의 약화로 직결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은 결과적으로 생산성 증가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재계“임금 변칙인상”

우선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입장. 경총은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라 현재 44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단위 임금의 인상 및 연장 근로수당의 증액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비록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지는 않지만 ‘정상 근로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선진국과 노동시간이 비슷하다.

‘정상 근로시간’이란 연간 유급 휴가일수를 감안해 가산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근로가 가능한 시간을 뜻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공휴일(17일), 연차휴가일(10일), 월차휴가일(12일) 등을 합한 연간 39일의 유급 휴가일수를 고려하면 1주당 정상 근로시간은 37.8시간에 불과하다.

즉, 우리 나라는 휴가일이 선진국 및 경쟁국에 비해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유급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무급휴가인 외국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다.

경총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경쟁국 및 선진국의 정상 근로시간을 산출하면 한국의 정상 근로시간이 외국에 비해 오히려 짧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199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주당 정상근로시간은 37.8시간으로 싱가포르(41.2시간), 대만(44.6시간) 등 경쟁국에 비해 훨씬 짧으며 미국(37.4시간), 일본(36.6시간) 등 선진국과 비슷하다.

경총은 이같은 현실에서 주5일 근무제의 실시로 법정 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든다면 주당 정상근로 시간은 34시간으로 줄어들며 이는 기업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고서에서 “법정 근로시간이 현행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될 경우 초과 근로수당의 증가를 포함한 임금인상 효과는 14.7%에 달한다”며 “대체수당의 성격이 강한 월차 유급휴가를 폐지하고 근속연수에 비례해 누증되는 연차 유급휴가에 상한선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주5일 근무제의 실시 방법에 대해서도 전면 실시가 아니라 개개의 기업이 자체 판단에 따라 노동조합과의 협의로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한국 경제가 IMF 체제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레저비용 지출의 확대문제 등 우리의 경제·사회적 여건에 비춰볼 때 시기상조”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노동계“효율성 높아져”

반면 노동계는 주5일 근무에 따라 법정 노동시간이 줄어들 경우 단기적으로 기업에게 인금인상 부담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곧 생산성 향상과 실제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상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진우 민주노총 정책2국장은 “경총은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법정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노동비용이 14.7% 올라간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주 국장은 “법정 노동시간이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어든 1989년 이후 3년동안 실제 근로시간은 3.3시간 가량 줄어 들었으며 이는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이 기업체에게 일방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주국장은 또 “주5일 근무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이 기업 경쟁력 약화로 나타난다는 것은 편협한 ‘자본의 논리’”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경쟁력은 ‘몇 시간 더 일하느냐’보다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일하는가’와 관련이 깊다”며 “주5일 근무로 노동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면 생산성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또 IMF체제 극복을 위해 주5일 근무제의 확대가 시기상조라는 재계의 입장에 대해 “이같은 주장은 IMF 위기가 경영자의 과잉투자와 방만한 경영으로 발생했는데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피할수없는 대세, 대책마련 우선돼야

그렇다면 물과 불처럼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재계와 노동계 중에서 보다 설득력이 있는 쪽은 어디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5일 근무는 이른 시일내에 실현되어야 하지만 그와 함께 생산성 향상에 대한 보다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최종태 교수는 “주5일 근무는 우리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경우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요즘처럼 생산성 증가율보다 임금상승률이 앞서가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성급히 실시되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 교수에 따르면 1999년 3·4분기와 4·4분기의 경우 노동생산성 증가율(3·4분기 11.2%, 4·4분기 5.6%)이 임금상승률(11.5%, 5.9%)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요컨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서 주5일 근무의 실시가 한국 기업의 치명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실시를 전후해 생산성 향상과 관련된 각종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별 정상근로시간 <단위:시간, 일>


  주당  주당   연월차 주당 

  실근로시간 법정근로시간 법정공휴일  휴가일 정상근로시간 



한국  48.4  44  18  22  37.8 

싱가포르 49.4  44  11  7  41.2 

대만  46.3  48  15  7  44.6 

미국  41.6  40  10  7  37.4 

일본  38.2  40  12  10  36.6 



자료: 경총/제조업·1996년 기준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14 17:31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