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동양 최대의 ‘지하도시’가 탄생했다. 총시설면적 3만6,000평에 올림픽 축구경기장의 20배 면적을 자랑하는 ‘코엑스(COEX) 몰’이 5월3일 개장했다.

코엑스 몰의 특징은 쇼핑과 오락, 전시, 컨벤션 센터의 기능을 하나로 묶었다는 것. 현대백화점과 인터컨티넨탈 호텔, 트레이드 타워, 도심 공항터미널, 아셈(ASEM)타워 등이 지하공간을 통해 모두 연결돼 있다.

지하 쇼핑몰의 임대매장은 전용면적 기준으로 2만1,000평. 매장 수는 패션플라자 ‘다채’를 포함해 214개. 대부분 임대가 돼 이미 영업을 시작했다.

강남 패션의 1번지를 꿈꾸는 다채는 아직 재임대가 완료되지 않아 7월1일 개장할 예정이다. 두산타워의 1.5배에 달하는 다채는 임대면적 2,600평, 전용면적 1,500평으로 400개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강남의 고급패션과 동대문시장을 결합시켜 새로운 의류·패션 명소로 자리잡는다는게 다채의 야심이다.

테마형 수족관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볼거리의 백미다. 지하 1, 2층에 전용면적 2,364평인 국내 최대의 아쿠아리움에는 500여 어종, 3만여 마리가 전시된다.

수족관 구성은 물의 흐름을 따랐다. 관람객이 고산지대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나 옅은 바다와 심해까지 물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각 지역의 수중생물을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2,000톤이 넘는 해수가 채워진 터널형 수족관을 지나며 상어와 거북을 구경할 수 있는 ‘오션 킹덤’은 바닷속을 연상케 한다.

복합영화관 ‘메가박스 시네플렉스’는 16개 스크린에 4,300여석을 갖추고 있다. 500석 대형관 3개, 300석 중형관 8개, 200석 이하 소형관 5개로 구성돼 있어 다양한 영화를 동시상영할 수 있다.

영상과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전후좌우, 상하로 움직이는 3차원 시뮬레이터가 장치된 24석의 다이내믹 극장도 마련돼 있다.

이밖에 국내 최대 규모로 200만권이 구비될 서울문고, 호수 먹거리 마당, 김치 박물관 등도 명물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은 공용통로. 강의 이미지를 본딴 공용통로는 남쪽 밀레니엄 광장에서 시작해 산마루길, 호수길, 수풀길, 폭포길, 행사마당 등을 지나 북쪽 아셈광장으로 연결된다.

자연스런 동선에 초점을 맞춘 공용통로는 최장 직선길이 663㎙, 폭 18㎙에 달한다. 아쉬운 것은 지하공간이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통로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벤치나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 쉬고 싶으면 어쩔 수 없이 통로 부근의 커피숍이나 패스트푸트점으로 들어가야 한다.

코엑스 몰 운영은 올 1월말 체결된 OMA계약에 따라 현대가 맡는다.


코엑스 몰 ‘교통대란’ 불보듯

코엑스 몰이 가져올 최대 부작용은 교통문제. 코엑스 몰 상부에 세워진 아시아 최대의 컨벤션 센터(5월16일 개장)와 컨벤션 인터컨티넨탈 호텔, 무역회관 신관 등이 개장되면 이 지역의 교통난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연면적 30여만평의 이곳 시설에 드나들 최대 유동인구는 하루 40만명. 현재도 차량 평균시속이 14㎞에 불과한 주변 간선도로는 10월 제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담(ASEM)이 개최되면 시속 9㎞로 줄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이면 시속 7㎞로 느려져 주변도로는 사실상 주차장으로 변하게 된다.

코엑스 몰 주변의 교통난은 벤처기업 밀집지인 테헤란로와 강남구 전체 도로의 정체로 이어져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전망이다. 코엑스 몰이 본래 기능을 못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정부와 서울시는 단발적인 ASEM에만 신경쓸 뿐 강남구청의 교통문제 호소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아울러 교통수단 정비를 위해 과밀부담금 일부를 지원해 주도록 요청했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밝혔다.

권 구청장은 대체 교통수단으로 모노레일 설치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노레일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완공까지는 최소 3~4년이 걸릴 것이라며 단기적인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현재의 마을버스와 셔틀버스 차량을 고급화해 외곽지역을 연계하는 구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연계버스도 승용차 이용자의 적극적인 협력없이는 제몫을 하기 어렵다.

아시아 최대 지하 쇼핑몰과 컨벤션 센터란 화려한 수사에 교통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한국의 고질로 지적되는 ‘빨리 빨리’병이 재발했다는 비판이 높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14 20:45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