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덕성을 겸비한 한국 최고의 미인을 뽑는 ‘2000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5월1일 코리아 골프빌리지 합숙을 시작으로 한달간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한국일보·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LG생활건강이 주관하는 이번 대회에는 국내 15개 지역에서 46명, 해외 10개 지역에서 16명 등 세계 각 지역을 대표하는 62명의 한국 미녀들이 출전, 그간 가꿔온 지성과 미모를 겨룬다.

특히 이번 대회기간 중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성된 화해 분위기에 맞춰 새천년 한민족의 최대 과제인 남북 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 후보들이 금강산을 방문, 평화사절단으로서의 임무도 수행한다.

남한을 대표하는 미의 사절이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본격적인 민간 교류의 물꼬를 튼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미스 코리아를 아내로 얻으려면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이나 벤처 사업가가 되라.’

새천년의 첫 테이프를 끊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62명의 예비 미스코리아 후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다운 면모는 물론이고 디지털 N세대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성향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한국’이 단체합숙 이틀째인 2일 60명의 미스코리아 후보를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문제에 관해서는 중도적, 결혼관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경향이 약간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후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스 코리아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을 들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0%인 30명이 ‘지성미’를 첫째로 꼽았다.

이어 ‘고매한 인격’(38.3%), ‘아름다운 얼굴’(10%) 등을 들었다. 반면 ‘몸매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단 한명(1.7%)에 그쳐 전반적으로 외모보다는 지성과 덕성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가장 자신있는 부분을 들라’는 질문에는 38.3%(23명)가 ‘예술적인 끼(재능)’를 가장 많이 들었고 교양(26.7%), 얼굴(21.7%), 몸매(15%)가 그 뒤를 이었다.

또 ‘대회 출전을 위해 어떤 준비를 중점적으로 했는가’하는 질문에는 절반 가량인 53.3%가 ‘위킹 등 예절 교육’을 했다고 답했다.


개방적 성문화, 결혼관은 보수적

미스 코리아 후보 출전 자격에 대해서는 대체로 중도적인 의견이 많았다.

‘수년전 미국 대회에서 결혼 경험이 있는 후보가 당선돼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미스 코리아에 출전하려면 꼭 처녀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60명중 60%에 달하는 36명이 ‘반드시 처녀성을 간직한 사람일 필요는 없고 결혼안한 여자면 된다’고 답해 성문화에 있어서는 다소 개방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 뒤를 이어 ‘반드시 처녀여야 한다’가 25%(15명)로 2위를 차지했다. 의외로 ‘아이를 낳은 적이 있어도 법적으로 처녀면 된다’고 개방적인 입장을 밝힌 응답자도 무려 11.7%(7명)나 됐다. 그밖에 ‘임신한 적은 있어도 아이만 낳지 않은 사람이면 된다’(3.3%·2명)는 의견도 소수 있었다.

이번 대회와는 관계없이 단순히 남자 친구와 애인간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친구나 애인 모두 혼전 성관계는 안된다’와 ‘친구와는 성관계가 안되고 애인과는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각각 43.3%, 38.3%로 팽팽하게 나왔다. 소수의견으로 ‘친구나 애인 모두와 혼전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자유로운 답변도 5%(3명)나 나왔다.

‘결혼전 처녀성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는 물음에는 후보의 61.7%가 ‘처녀성은 큰 의미가 없다 결혼 이후 충실하면 된다’는 문항을 선택해 혼전 성관계에 대해서는 후보들이 상당히 개방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반드시 처녀성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은 36.7%를 차지했다.

‘결혼은 인생의 필수선택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경제적 능력이 있어도 결혼은 해야한다’(35%)와 ‘결혼은 반드시 해야한다’(25%) 등 결혼 예찬론을 펴는 후보가 60%를 차지해 결혼관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반면 ‘경제적 능력만 있으면 결혼은 안하겠다’고 답한 후보는 16.7%에 그쳤다. 결혼후 자녀수에 대한 질문에서도 후보의 56.7%가 ‘둘 이상 아이를 낳겠다’고 답하는, 다소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1명을 낳겠다’는 후보가 21.7%였고 ‘생기는 대로 낳겠다’도 8.3%나 됐다.

‘결혼한 신랑감으로 가장 고려하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서는 성격(51.7%)과 재력(47.7%)이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기타 의견으로 가문과 직업(이상 1.7%)이 있었으며 학벌과 외모를 따지겠다는 후보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장차 남편의 직업으로는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 직종’(23.3%)과 ‘벤처 회사 대표’(21.7%)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이어 ‘교수나 교사 같은 공무원’(15%),‘재벌 2세 같은 재력가’(11.7%),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5%) 등이 고루 나왔다. 응답자중 6.7%(4명)는 ‘어느 직업이든 상관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미스 코리아에 출전한 이유로는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자’와 ‘장래 희망을 이루는데 밑거름이 될 것 같아서’라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고 ‘내 자신을 한번 알리고 싶어서’, ‘자신을 평가해 보고자’, ‘합숙기간중 이벤트 강의를 받고 더 아름다워지려고’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또 ‘만약 타임머신이 당신에게 있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과거로 돌아가 더 열심히 살겠다’, ‘미스 코리아 본선 결과를 보겠다’, ‘미래의 내 모습을 보고 싶다’, ‘애인이 뭐 하는지 감시하겠다’ 등 장난기 있는 의견이 쏟아져나왔다.


자연미와 개성에 높은 점수

이번 2000 미스코리아 대회에는 의대 출신의 의학도를 비롯해 미국에서 특수영재교육을 받은 캘리포니아 어빈주립대 출신의 재원, 영어 일어 불어를 네이비브 수준으로 구사하는 해외참가자 등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후보가 다수 출전했다.

지난해 미스 USA 조지아주 대표로 뽑혔다가 본선 몇주전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타이틀을 박탈당했다는 미스 뉴욕 미 김은정(뉴욕대 연극영화과 2)양은 “소수 민족의 설움을 달래기 앞서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생활하고자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 여인의 미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이성준 부사장은 “최고 역사와 전통을 지닌 미스코리아 대회는 1990년대 들어 생겨난 상업적 성격이 짙은 여타 미인대회와 달리 지성과 미모를 겸한 한국 최고의 여성을 선발하는 명실상부한 대회”라며 “특히 올해부터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인공미보다는 후보들의 자연미와 개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선발 방식을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스코리아 채점 어떻게 하나

이번 대회는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제고를 위해 사회 저명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세중 변호사)를 구성, 이 위원회가 각계의 추천을 받은 인사 중에서 본선 심사위원 14명을 최종 확정한다.

심사위원은 학계 재계 정계 언론계 의학계 문화계 여성계 등 다양한 인사로 구성된다. 특히 개업의사나 특정 제품 홍보와 관련된 재계 인사들은 배제해 공정성을 기하고 있다.

채점 합산 과정에서의 오류 방지를 위해 컴퓨터 채점외에 암산 고단자를 추가 배치, 2~3중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

채점은 최고 점수와 최하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심사위원의 평점을 평균 합산하는 올림픽 채점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회 본선 실황은 MBC TV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되며 올해부터 처음 한국일보 자회사인 한국i닷컴(www.hankooki.com)으로 실시간 인터넷 생중계된다.

한편 미스코리아 상금액도 진이 지난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선은 700만원에서 1,000만원, 미는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국내 최고 미인대회로서의 권위에 걸맞게 대폭 조정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5/14 21:12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